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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아낌없이 쓰는 나

[웰빙에세이] 생태 감수성을 위한 글-4 / 나무와 나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5.03.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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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아낌없이 쓰는 나

나무와 나는 형제다. 우리는 한 날 한 시에 한 곳에서 나왔다. 138억 년 전 조그만 우주 알이 꽝 하고 터질 때 같이 태어났다.

그때 집을 나서 먼 여행을 떠난 우리가 다시 만난 건 언제였던가? 불덩어리 지구가 잦아들어 이산화탄소로 가득할 때 너는 이 땅에 왔다. 너의 숨결로 지구에 산소가 넉넉해질 즈음 나도 이 땅에 왔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만나 둘도 없는 형제가 됐다. 지구별에서 너는 형이고, 나는 아우다.

너는 위대했다. 너는 지구를 식히고, 이산화탄소를 가두고, 물을 거르고, 땅을 길들였다. 네가 있어 나는 산다. 나는 네가 뿜어 낸 산소로 숨을 쉰다. 네가 키운 잎과 열매, 씨와 뿌리를 먹는다. 너의 몸으로 집을 짓고 불을 지핀다. 네가 땅 속에 가둔 탄소로 풍요를 누린다. 석탄을 꺼내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석유를 꺼내 문명의 탑을 쌓아 올린다. 삼림과 밀림을 베어 내 배를 불린다. 너는 정말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생명의 나무다.

아우는 욕심 사납다. 끝도 없이 탐한다. 지구가 헐벗도록 너를 다 베어 내야 나의 탐욕도 끝이 날까. 네가 몸을 묻어 땅속에 고이 쟁여 놓은 탄소를 모조리 탕진해야 정신이 번쩍 날까.

내가 사는 이 작은 나라에만 2000만 대의 자동차가 굴러다닌다. 미국에는 2억 5000만 대, 일본에는 7500만 대의 자동차가 매연을 뿜는다. 이 많은 자동차들이 기름통을 비울 때마다 땅속의 탄소 잔고는 줄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불어난다. 지구는 심한 멀미에 몸을 떨고 있다. 체온이 오르고 열이 들떠 곳곳에서 이상 징후가 심상치 않다. 빙하가 녹고, 바다 수위가 오르고, 산성비가 내리고, 하늘에 오존 구멍이 뚫렸다. 이 길로 더 가면 그 옛날의 불덩어리 지구인가.

나는 오늘 숲으로 간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 스치는 오솔길을 걷는다. 그루터기에 앉아 편히 쉰다. 숲 그늘에서 누워 단잠을 잔다. 나와 나무는 숨결을 나눈다.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주고받는다. 나무는 나에게 속삭인다. 형제여, 내 곁에서 행복하라. 나와 더불어 평안하라. 나 또한 나무에게 속삭인다. 나무여! 내 형제여! 나를 용서하라. 나의 탐욕을, 나의 무지를 용서하라.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아낌없이 쓰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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