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는 미국에, AIIB는 중국?…'쌍방 당근' 가능성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 사이에서 정부가 해법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나라가 '러브콜'을 보낸 사드와 AIIB를 각각 수용해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당근'을 내미는 패키지딜 성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이 희망하는 우리나라의 AIIB 창립 회원국 가입의 경우 시한이 이달말인 만큼 우선적으로 정부가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AIIB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빌미로 자본력으로 밀어부치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반대가 심해 우리나라가 가입을 주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영국에 이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AIIB의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미국의 견제가 힘을 잃었고, 우리 정부로서는 이런 흐름에 맞춰 미국 설득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AIIB에 우리나라가 가입할 경우 아시아 국가 중 건설과 기술 등의 인프라 분야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만큼 다른 나라의 사업에 우리 기업이 발주하는데 상당한 실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AIIB 가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와 반대로 사드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이 한반도 안보를 내세워 배치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자국 영토가 이 레이더망 안에 포함된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훙레이 외교부 대변인을 포함한 여러 채널을 통해 노골적으로 사드 반대 입장을 밝히자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이 '주권침해'를 하고 있다는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다.

이에 공식적인 협의가 없었다로 일관하던 한국은 '자국의 문제다'로 중국의 반대에 강한 목소리를 내는 한편 미국은 '사드 배치 후보지를 검토했다'고 공식 인정하며 사드 배치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견제하는 안보 문제인 만큼 중국의 불편한 속내를 위해 우리가 무조건 물러설 수 없다는 여론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또한 만일 사드 문제에서도 중국에 손을 들어줄 경우 외교적으로 또 다시 '한국의 중국 경도론'이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다. 최대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아울러 중국 경도론을 빌미 삼아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리는 일본이 이 틈을 타 본격적으로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우리정부는 한반도 안보문제를 이유로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중국 설득 작업에 들어가면서 미국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한반도 안보를 위한 사드와 경제적 실익을 위한 AIIB 가입 여부에 대해 양쪽 다 수용하자는 국내 여론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결정의 최종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 사안에 대해 정부의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부 당국자는 1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사드와 AIIB 가입 여부에 대한 연계시키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여러가지로 해석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분명히 다른 문제인 만큼 이 둘을 연계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