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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포스코의 업(業), 권오준의 업

박종면칼럼 더벨 박종면 대표 |입력 : 2015.03.23 07:38|조회 : 6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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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맹자’에 이런 구절이 있다. “화살 만드는 사람이나 갑옷 만드는 사람이나 어질기는 마찬가지인데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자기가 만든 화살이 사람을 상하지 못하게 할까봐 걱정하고, 갑옷 만드는 사람은 갑옷이 화살에 뚫려서 사람이 상할까봐 걱정한다.” 사람은 타고난 인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는 일과 사회적 입장에 따라 생각이나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을 설파한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검찰은 포스코 비자금 의혹을 시작으로 대기업들에 사정의 칼을 들이댄다. 전국을 돌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독려하고,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했던 박근혜정부이고 보니 재계는 당혹스러움을 넘어 서운함마저 느낀다.

그러나 서운해 하지도, 배신감을 느끼지도 말라. 정치권력과 검찰은 마치 화살 만드는 사람처럼 늘 그래왔다. 집권 3년차가 되면 사정 드라이브를 걸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사회기강을 잡는다. 가진 자나 대기업을 압박하면 대중은 환호한다. 덕분에 20%대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은 40%대까지 올랐다.

‘맹자’에는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은 피할 길이 없다”는 대목이 있다. ‘맹자’는 “물이 맑을 때는 갓끈을 씻지만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면서 “물 스스로가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포스코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는 포스코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이다. 불행의 씨앗은 2009년 정치적 외압에 의해 내부에서 조차 함량미달이라고 했던 정준양 씨를 포스코 회장으로 선임한 것이다.

검찰이 수사중인 불법행위를 떠나서도 정준양 전 회장은 짧은 기간에 포스코를 너무 심하게 망가뜨렸다. 그는 지혜가 없으면서 도모하는 것이 너무 컸고, 능력에 비해 맡은 일이 버거웠다. 그 결과 자신도, 포스코도 불행하게 만들었다. 명성을 쌓는 데는 수 십 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잠깐이면 충분하다.

한일협정과 대일청구권자금으로 출발한 포스코는 그 태생부터 정치적이다. 출범 후 지금까지 CEO 자리가 정권의 전리품이 된 것은 포스코의 업(業)이고 카르마(karma)다. 권오준 회장의 핵심적 책무 또는 업무는 바로 그 ‘정치의 업’을 끊는 것이다. 다행이 권오준은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기술연구소장 등을 거친 엔지니어 출신이다. 회장 취임과정에서도 정치권에 진 빚이 없다.

권오준은 전임 정준양이 사업다각화를 내세워 벌여놓은 비철강사업 부문을 구조조정하고 철강본업으로 승부하겠다지만 이것만으로는 ‘위대한 포스코’의 꿈을 이룰 수 없다.

정치의 업을 끊기 위해서라면 포스코 내부적으로 거의 신격화되다시피 한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을 버리고, 그 잔재까지 청산해야한다. 박태준이 없었다면 오늘의 포스코도 없겠지만 역으로 박태준은 지금 ‘위대한 포스코’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다. 살불살조(殺佛殺祖), 부처를 죽이고 스승도 죽여야 깨달음을 얻는다.

권오준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리더십을 확보하고, 후계자 그룹을 키우며,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정교한 승계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외압에 약한 명망가 위주의 사외이사 선임을 지양하고, 주주관리도 치밀하게 해야 한다.

엔지니어 권오준에게 철강본업을 세우는 일보다 이게 훨씬 더 어려울 수 있지만 정치의 업을 끊고 지배구조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지금 정준양의 모습이 몇 년 뒤 권오준 자신일 수가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다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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