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배만 불린다'...쿠쿠전자 배당 도마에 올라

생활가전 업체 쿠쿠전자의 고배당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주주 일가 현금배당 규모가 전체 배당금의 70%이상을 차지해 대주주 일가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쿠전자는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현금배당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안건은 1주당 1500원의 현금배당(시가배당률 0.8%)을 실시하는 내용이다. 배당금 총액은 약 123억원이다. 쿠쿠전자는 이달 초 이 같은 현금배당을 실시키로 결정했다. 이번 배당은 쿠쿠전자가 지난해 8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후 처음 실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창업주 구자신 대표이사 회장의 장남이며, 최대주주인 구본학 대표이사 사장은 현재 주식수(324만5380주, 30.10%)를 감안하면 총 49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게 된다. 또 구 회장의 둘째 아들인 구본진씨는 21억원, 구 회장은 14억원, 관계회사인 쿠쿠사회복지재단은 3억원의 배당금을 각각 받게 된다.

/제공=쿠쿠전자

최대주주인 구 대표와 특수관계인의 현금배당액이 총 87억원 규모로 배당금 총액의 71%에 육박하는 셈이다. 앞서 쿠쿠전자는 2003년부터 매년 배당을 실시하고 있으며 배당금 총액이 2010년 55억원, 2011년 74억, 2012년 92억원, 2013년 98억원, 2014년 123억원(예정)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업계에선 쿠쿠전자가 지난해 상장에도 불구 올해 창업주 두 아들에게 대규모 현금을 몰아주려고 고배당을 실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비상장사시절 대주주 일가가 배당을 통해 대규모 현금을 챙기는 관행이 상장 이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쿠쿠전자가 상장사로 신분이 바뀌었는데도 정작 과거 비상장사로 오너와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고배당을 활용해 재산을 불리는 가족회사 성격은 더욱 짙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쿠쿠전자가 상장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익금 중 일부를 사내유보금으로 적립하지 않고 대부분을 오너일가에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부의 세습이라는 측면에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쿠쿠전자가 최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차등배당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최대주주의 배당은 최대한 줄이거나 없애는 대신 소액주주 배당은 늘리는 차등배당을 실시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며 "차등배당은 소액주주의 이익 극대화와 향후 투자 재원인 내부유보금 확충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대주주의 과도한 현금배당 논란을 종식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쿠쿠전자 관계자는 "상장 후 처음 배당을 실시하는데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60% 가까이 증가하는 등 실적이 개선돼 주주이익 극대화 일환으로 현금배당을 실시키로 한 것"이라며 "배당은 이사회와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결정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