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R&D 압도적 1위…빛보는 뚝심 투자

한미약품 (308,500원 ▼7,500 -2.37%)의 연구·개발(R&D)비 절대규모와 매출액 대비 비중은 국내 제약업계 1위다. 최근 4년간 신약개발에만 4400억 원을 쏟아 부었다. 2013년 제약기업으로는 최초로 연간 R&D 투자액 1000억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매출의 20%에 해당하는 1525억 원을 R&D에 투자했다.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한미약품 본사 전경/사진제공=한미약품

한미약품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원급 병원을 장악하면서 급성장했다. 매출이 정점을 찍던 2009년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회장은 R&D라는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임 회장은 "업계 최고수준의 R&D 비용을 투자해 신약을 개발하는데 한미약품의 미래를 걸 계획"이라고 천명했다.

임 회장은 자신의 발언을 실천에 옮겼다. 매출이 하락하던 2010년과 2011년에도 한미약품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14%대를 유지했다. 당시 대다수 대형제약사의 R&D 투자 비율이 10%를 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와신상담의 시기를 지나 지난 19일 한미약품은 다국적제약사 일라이릴리에 자체 개발 중인 자가면역질환치료제 후보물질 'HM71224'를 기술 수출한다고 발표했다. 한미약품이 체결한 계약금 5000만 달러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6억4000만 달러 등 총 6억9000만 달러는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로 기록됐다.

릴리와의 계약에 앞서 한미약품은 다중표적 항암신약 포지오티닙(Poziotinib)을 중국의 루예제약그룹과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 수출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오랜 기간 축적된 한미약품의 R&D 역량이 입증되고 있다"며 "연구개발 중심 제약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기술수출 쾌거를 설명했다.

한미약품 R&D투자현황/자료=한미약품

한미약품은 바이오의약품 약효를 지속시켜주고 투약용량을 줄이는 방식의 바이오신약 6건을 개발하고 있다. 또 차세대 표적항암제 중심의 합성신약 8건, 치료효율을 극대화한 개량·복합신약 11건 등 총 25건의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파이프라인은 당뇨치료 바이오신약들로 구성된 '퀀텀프로젝트'다. 한미약품은 바이오의약품 약효주기를 연장시켜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기반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접목해 랩스인슐린115(미국 임상1상), 랩스카-엑센딘4(다국가 임상 2b상) 그리고 당뇨·비만을 타깃으로 한 랩스인슐린콤보(전임상) 등 세 가지 혁신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퀀텀프로젝트는 미국당뇨학회(ADA)와 유럽당뇨학회(EASD) 등 세계 유수의 당뇨학회에서 주목을 받았다.

항암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한미약품은 포지오니팁(국내 임상2상)을 포함한 내성표적 항암제 'HM61713'(국내 임상2상)과 차세대 흑색종 치료 표적항암제 'HM95573'(국내 임상1상)등 3건의 표적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중 HM61713은 지난해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종양임상학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국내 개발 항암제 최초로 구연 발표돼 화제가 됐다.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찾기 위해 바이오벤처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초 미국 안과전문 벤처기업 알레그로와 2000만달러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당뇨, 암 분야에 집중된 한미약품의 미래가치를 안과 영역으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R&D를 통한 글로벌화만이 한미약품의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며 "당뇨신약과 표적항암제의 성공적인 글로벌 임상 개발과 글로벌기업과의 협력체제를 강화해 R&D 가치를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