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성장동력 항공기 MRO산업, 지금이 '골든타임'

제조업 전반이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항공기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수리·정비)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MRO 산업은 항공기 운항의 안전을 보장하는 주기적 항공기 검사·분해·수리·정비 등을 아우른다. 2013년 기준 국내 항공기 MRO 수요는 2조5000억원에 달한다.


항공업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여객기를 중심으로 항공기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 2만7000여대인 민항기가 2022년까지 3만5600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MRO 수요도 2025년 4조2000억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마다 줄줄 새는 민·군 항공기 MRO '국부유출'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내 항공사들이 2013년에 해외 MRO업체에게 약 7562억원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자체 정비 시설을 갖춘 대한항공(진에어 포함)과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 포함)도 각각 2220억원과 4180억원을 해외 업체에 지불했다.


소형 항공사와 군수 MRO 상황은 더 열악하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인천은 항공기 정비를 100%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1172억원을 지출했다. 해외 의존비율 15%인 군수는 2013년 약 1545억원 가량이 해외 업체로 빠져나갔다. 군수 MRO의 경우 자체 정비시설 노후화로 해외 의존도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해외로 나가는 MRO 비용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내 항공기 MRO 해외 유출 비용은 2009년 3960억원, 2010년 4070억원, 2011년 4290억원, 2012년 5940억원, 2013년 7562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항공·교통 컨설팅업체 ICF SH&E는 세계 MRO 시장이 2013년 군수 57조1938억원(519억달러), 민수 65조2384억원(592억달러) 규모에서 군수는 2023년 81조4378억원(739억달러), 민수는 2022년 93조3394억원(847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동북아시아 MRO 시장이 2013년 9조6000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5.4% 성장해 2022년까지 14조2000억원 수준으로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사천 공장에서 보잉 737를 조기경보기로 개조개량하는 모습/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

◇MRO산업 육성으로 '항공 경쟁력 강화'

항공업계는 2013년 군수와 민수를 합쳐 2조8000억원 규모인 국내 항공기 MRO 수요가 2025년에는 4조2000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른 국내 MRO산업 육성 효과는 △수입 대체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 △항공안전 강화 △항공사 경쟁력 제고 등이 꼽힌다.

우선 연 1조원 수준의 해외 의존 항공정비 수요가 국내로 전환되고, 항공기 수가 급증하는 중국 등의 해외 정비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항공운송업 세계 6위권의 항공운송대국으로 성장했지만, 민수부문만 연간 7000억원 이상의 해외 MRO 비용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MRO산업이 육성되면 관련 일자리는 현재 5000여명에서 2022년 1만3000여명으로 늘고, 국가 항공안전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비사유로 인한 국내 LCC(저비용항공사)의 지연·결항률은 2013년 기준 0.54%로 EU(유럽연합) 블랙리스트 항공사 기준치인 0.66%에 근접해 있다.

MRO 산업을 통해 쌓인 '내공'으로 민항기의 단계적 국산화 및 수출기반도 구축할 수 있고, 매년 4조원 정도인 민항기 및 항공부품 구입비용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MRO산업 육성의 중요성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항공기 증가 전망과 맞물려 대두되고 있다. 2012년 전 세계 2만7000여대의 민간 항공기는 2022년 3만5600여대로 늘 것으로 전망되는데, 같은 기간 아-태 지역 항공기는 6850대에서 1만625대까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T-50 등 총 131대의 국산 항공기를 수출하면서 체결한 정비 패키지만 1조원에 달한다”며 “이는 MRO육성을 통해 ‘판매 후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라고 했다. 이어 "하루빨리 정비시설 확충, MRO산업 클러스터화로 역량을 확보한 뒤 해외 MRO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