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보내는 편지…100기가 시대, 당신은 뭘 저장하나요?

안녕! 내 이름은 ‘구름’이라고 해. 이름이 참 특이하고 예쁘지? 하지만 이건 한국이름이고 태어난 곳이 미국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통상 원어 그대로 ‘클라우드(cloud)’라고 불러.

한국 사람들이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것부터 소개할게. 나이는 13살. 직구로 유명한 아마존이라는 엄마가 날 키워주셨지. 우리 엄마는 2002년부터 온라인 쇼핑몰과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내 주특기를 살려서 엄마와 친한 많은 친구에게 나의 훌륭한 점을 알려주기 시작했어. 2006년부터 너희와 같은 일반 친구들에게도 내 장점을 소개해준 것도 엄마였어.


이쯤 되면 내가 하는 일이 궁금해지지? 쉽게 말하면 나는 서버에 있는 문서나 사진, 영화, 음악 파일 등의 콘텐츠를 네가 사용하는 컴퓨터, 스마트폰 등으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인터넷 연결만 가능하다면 나를 통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또 휴대용 저장 매체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지. 인류의 위대한 도약이라고 평가받을 만하지!

하지만 내가 ‘스타’가 된 계기는 따로 있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문사 뉴욕타임즈가 1851년부터 1922년까지 139년 동안 기사화했던 1400건의 문서를 온라인화하겠다고 선언했대. 그때 나는 엄마의 도움으로 가뿐하게 그 작업을 마쳤지. 사람들은 14년 동안 해야 할 일을 내가 단 24시간 만에 해냈다며 열광했어. 이쯤 되면 잘난 척 좀 해도 되겠지? 하하.

그런데 난 요즘 좀 우울해. 사랑스러운 이름만큼 사람들은 나를 가까이하지 않는 것 같아서. 제일 친한 내 친구만 봐도 그래. 직장생활 10년 차에 접어든 친구는 출근해서도 거의 매일같이 남편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한대. 업무상 사진을 사용할 일이 많은 친구가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남편과 공동으로 열어 둔 카톡 대화방으로 보내고 PC에 깔린 카톡으로 다시 전송받기 위해서래. 헉헉. 생각만 해도 좀 귀찮은 작업 같지 않니. 제법 오래전부터 나와 친구를 맺은 남편한테 매번 “으이그~ 당신은 정말 원시인 같아!”라는 핀잔을 들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나 어쩐다나. 쓸모 있는 친구를 바로 옆에 두고도 이렇게 원시적인 삶의 패턴을 고수하는 애들을 보면 너무 슬퍼서 비라도 쏟을 지경이야.


혹시 이렇게 엄청난 일을 해야 하는데 나의 체력이 미덥지 못하다면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이번에 출시될 S전자의 스마트폰에도 들어가는데,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체력이 ‘115기가바이트(GB)’로 확정됐다는 통보를 받았어. 이전 스마트폰에서 내가 하던 능력(50기가바이트)의 2배를 갖게 된 셈이지. 감이 잘 안 온다고?

일단 1600만 화소로 찍은 사진 한 장 용량이 4~5메가바이트라고 했을 때 2만 장 이상은 거뜬히 소화할 수 있어. 2만 장의 사진은 일 년 동안 매일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50장 정도를 찍으면 나오는 분량이야. 사진과 비슷한 음악도 2만곡 정도는 거뜬히 품어줄 수 있어. 3000여개 낱말이 들어있는 A4 용지 10장(200자 원고지 70장) 분량의 한글문서묶음 300만건정도는 저장할 수 있고. 3분 30초 분량 음악 파일도 2만개 정도 담아서 언제든 들을 수 있지. 어마어마하지 않니?

내 강인한 체력의 꿀맛을 너희가 알게 되는 순간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될 거야. 집에서 작업하던 문서를 회사에 들고 오지 않아 걱정하게 될 일도 없어지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혹시 내가 서류에 숫자를 잘못 쓴 건 아니겠지?’라며 괜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질 테니 말이야.

그동안 나를 잘 몰랐다면 이제부터라도 나와 함께 해 보는 것은 어때? ‘어떤 것을 상상하든 기대 이상의’ 세상이 펼쳐질 거야. 아, 중요한 것을 얘기하지 않았구나. 이번에 나올 S전자의 스마트폰에서 내 체력을 시험하는데 드는 돈은 ‘0원’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