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꿈, 빅2 중국 금융 시장을 겨냥하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CITIC(중신)그룹 창쩐밍 동사장(董事長)을 만나 삼성과 CITIC그룹간 금융사업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사진 왼쪽부터 청보밍 중신증권 사장, 창쩐밍 CITIC그룹 동사장, 이재용 부회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사진제공=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창쩐밍 시틱(CITIC: China International Trust & Investment Corporation)그룹 동사장(회장)을 만나 양 그룹간 금융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은 단순한 만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대외적으로 삼성전자 경영에 전념해 왔던 이 부회장이 금융 부문으로 보폭을 넓힌 첫번째 사례라는 점, 그리고 그 데뷔 무대가 중국의 심장부인 베이징이라는 점에서 이번 회동은 이 부회장의 본격적인 '글로벌 그룹경영'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이 부회장은 26~29일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4일 전용기 편으로 출국했다. 중국 출장의 첫 일정으로 중국삼성의 본사가 있는 베이징을 찾은 이 부회장은 창쩐밍 시틱그룹 동사장을 직접 만나 보다 본격적인 금융사업 협력의 '물꼬'를 텄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업 파트너들을 만나 현안을 논의했지만, 대부분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 사업과 연관된 이슈였다. 지난달에는 미국을 방문해 마스터, 비자 등 미국 주요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삼성페이 활성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미국 방문 직전에는 세계최대 전자결제업체 페이팔 공동창업자를 만났다.

최근 이 부회장은 자산기준 세계 최대은행인 중국공상은행의 장젠칭 동사장과도 만나 모바일 결제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 파트너들과 금융제휴를 논의했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삼성전자'가 있었다.


이 부회장이 그룹을 총괄하는 사실상의 사령탑으로 부각된 것은 지난해 10월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해외 손해보험사 사장들과 만나면서부터다. 이 자리에는 일본 최대 손보사인 도쿄해상화재보험과 중국 국영보험사인 중국인민재산보험공사(PICC) 대표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금융사업 협력보다는 삼성의 상징적 장소인 '승지원'에 초점이 모였다.

반면 이번 만남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금융 비즈니스 기회를 넓히기 위해 직접, 그리고 공개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사업 제휴 등을 제안하는 등 그룹 금융사업을 총괄하는 경영자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핵심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 (85,400원 ▼700 -0.81%)과 삼성화재 (297,500원 ▼10,500 -3.41%)의 소수지분 취득에 대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지분취득 이후 특별관계자로서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리며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행사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무대가 중국 금융시장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점이다. 중국공산당이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중국 자본시장에서 민간, 더구나 외국 기업이 좋은 사업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다.

어려운 시장인 만큼 이 부회장만의 넓은 인맥과 경영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부 소식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번 제휴가 삼성의 중국 내 자산의 운용 포석도 있는 것으로 전하고 있다.

두 경영자의 만남이 양국 '최고 기업' 간의 제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자산 750조원으로 중국 최대 국영기업인 시틱그룹(중국명: 중국중신집단공사)은 지난 1979년 외자를 유치해 선진 기술 및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도입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기에 몰린 모건스탠리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시도할 정도로 사세가 확대됐고, 현재 홍콩, 미국, 캐나다, 호주 등 각국에 44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계열사인 중신증권은 중국 1위 증권사다. 시틱그룹은 지난해 말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삼성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베이징의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중국 사업은 진짜 '보스'끼리 만나면 일이 일사천리로 풀린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의 금융사업이 이번 만남을 계기로 중국에서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