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의 예외'를 읽고 고민하는 '종합문화프로그램'

연극 '구름을 타고'.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전시, 연극, 영화, 공연, 강연을 한묶음으로 감상할 기회는 국내에선 ‘예외’적 사례다. 그 예외의 예외를 두산인문극장이 시도하고 확장한다. 두산인문극장은 올해 ‘예외’라는 주제로 종합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두산인문극장은 그간 ‘불신시대’처럼 한국 사회를 훑고 간 중요한 주제를 화두로 내세워 연극 등 각종 문화 프로그램을 결합해 선보여왔다. 28일부터 6월29일까지 3개월에 걸쳐 펼쳐지는 ‘두산인문극장 2015:예외’에선 인문학과 사회학 등 각 분야 석학들의 강연이 펼쳐지고, 평소 만나기 힘들었던 전시와 연극, 영화 등이 함께 선보인다.

모든 문화 프로그램의 특징은 우선 가볍지 않다는 데 있다. ‘예외’라는 주제가 일상의 용어가 아닌 철학적 용어로 수렴되는 기획의 태도도 그렇고, 예외적 상황이 정말 예외인지 질문을 던지는 고민의 무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공연, 전시, 강연 및 영화 상영 등으로 나뉜다. 공연은 28일~6월20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에서, 전시는 4월15일~5월23일 두산갤러리에서, 강연 및 영화상영은 4월13일~6월29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각각 펼쳐진다.

◇ ‘예외의 경험’들…예외에 대한 무겁고 날카로운 시선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현재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연출가 라비 므루에의 최신작 ‘구름을 타고’다. 레바논 내전에서 머리를 총을 맞고 언어능력을 상실한 라비의 친동생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이 연극은 강연과 프레젠테이션을 오가는 렉처 퍼포먼스(Lecture Performance) 형식을 차용했다.


때론 비주얼과 비디오 아트의 기술을 끌어다 쓰며 현실과 기억, 사실과 허구의 이미지를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연기 경력이 없는 친동생이 실제 출연한다. 라비 므루에는 “언어능력을 상실한 동생이 다시 처음부터 학습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며 “렉처 형태를 차용해 전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차이나(중국)와 아메리카(미국)를 합친 제목의 연극 ‘차이메리카’는 세계 주도권을 쥔 예외적 수혜국에 대한 시선을 조명한다. 1989년 천안문 광장. 탱크 앞에 검은 색 비닐 봉지를 손에 든 중국인 시위자 ‘탱크맨’을 미국 사진기자 조가 찍었다. 조는 자신의 사진에 실린 이 중국인 영웅에 대한 진실을 20여년만에 다시 추적하기 시작한다.

최용훈 연출가는 “23년 만에 탱크맨이 살아있다는 가정하에,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중국과 미국에 대한 얘기를 영국인의 시각에서 본 작품”이라며 “심리적으로 예외적 대우를 받고 있는 양국의 오늘을 짚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이와이 히데토 작품의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는 예외와 그것의 예외에 대해 묘한 질문을 던진다. 은둔형외톨이로 해석되는 히키코모리와 그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이 이야기는 히키코모리가 밖으로, 그렇지 않은 이가 안으로 바뀌면서 '주체의 예외' 같은 본질적인 고민에 질문을 던진다.

박근형 연출가는 “우리나라 30, 40대 중년층의 고독사가 늘어나는 기사를 최근 접했다”면서 “세상이 때론 우리를 그렇게 만들고, 그런 세상에 우리가 줄 수 있는 답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보기위해 눈을 사용한 일’이라는 제목의 전시는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틀에서 인식되는 개인의 모습이 아닌 그 이면에 주목한다. ‘우리’라는 틀로 서로를 인식하지 않고, 타인을 통해 읽히는 ‘나’의 개별성에 초점을 맞춘 전시다.

맹지영 큐레이터는 “개인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개성과 예외성에 집중했다”며 “이번 전시에선 건축가의 특별한 장치를 통해 기존의 전시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영화 '침입자'.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 예외를 통해 들여다 본 한국사회의 다양성과 보편성

두산인문극장이 내세우는 주류 상품은 그래도 강연이다. 9명의 강연자가 차례로 들려주는 주제는 ‘규칙과 예외의 변증법’(홍성욱) ‘돌연변이, 드문 변화의 시작’(임태연) ‘조선의 예외적 일상’(김호) ‘예외를 대하는 태도와 예외가 되려는 심리’(이충형) ‘한국정치, 얼마나 예외적인가’(박상훈) 등 귀가 솔깃해지는 것들이다.

영화도 평소 자주 접하지 못했던 독특하면서 신선한 시각의 작품들이 대거 선보인다. ‘침입자’ ‘바캉스’ ‘들개’ ‘소셜포비아’ 등이 주요 상영작이다.

김요안 두산아트센터 프로듀서는 “평소 이해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폭넓은 접근을 위해 ‘예외’라는 주제를 선택했다”며 “‘예외’라는 단어가 특별한 의미로 수용될 수 있지만, 한국 사회를 보다 깊이있게 이해하고, 공동체 회복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