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그래' 임시완, 고용부 광고모델 논란..왜?

배우 임시완이 출연한 고용노동부 공익광고 / 사진=해당 광고 캡처

인기드라마 '미생'의 '장그래'를 연기한 배우 임시완이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블랙홀에 휘말렸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3일부터 배우 황정민과 임시완이 출연한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청년실업이 해결됩니다'라는 주제의 공익광고를 TV에 내보내고 있다. 신문광고는 이보다 며칠 앞서 게재됐다.

해당 광고는 영화 '국제시장'과 드라마 '미생'을 교차로 보여주며, 기성세대의 노력으로 대한민국이 성장했지만 미래세대가 취업 걱정이 없도록 더 나은 노동시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정부 광고에 비정규직의 대명사로 거듭난 '장그래' 임시완이 출연한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비정규직을 양산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정부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35세 이상 비정규직의 사용기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에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이달 말을 시한으로 통상임금, 근로시간 등 3대 현안 등과 함께 논의 중인 상황이다.


노동계에서는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노사정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설움을 아는 장그래가 그런 광고에 출연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며 "그건 마치 존재 자체에 대한 배신과 같다"고 비판했다.

광고를 제작한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자신들의 정책은 비정규직을 위한 제도라고 포장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실상은 수많은 장그래를 양산하게 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미생'의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 역시 정부의 '장그래' 명칭 사용에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윤 작가는 "그분들이 만화를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만화를 보셨다면 어떤 의도로 보셨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어쩜 이렇게 만화와 전혀 다른 의미의 법안을 만들어서 '장그래'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 고용부 관계자는 지나친 해석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해당 광고는 노사정이 모두 공감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인식 아래 제작됐다"며 "배우 임시완은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를 상징하는 황정민에 대비되는 청년세대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기권 고용부 장관이 줄곧 주장해온 기성세대의 책무 '세니오르 오블리주'(Senior Oblige)를 광고에 옮기려 했다는 설명이다. 비정규직 이미지 보다는, 노동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재 청년세대를 대표하는 포괄적 의미가 '장그래' 역할에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광고에서 비정규직을 언급하는 내용은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며 "넓은 맥락에서 모두가 공감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필요성을 다루려 했다고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