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서 약속..불꺼진 밤거리 '썰렁'"

지난 27일 오후 12시 50분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 여느 때 같으면 점심식사를 하러 온 공무원들로 여전히 북적여야 할 시간이었지만, 분위기가 차분했다. 식당 여기저기서 밥을 먹던 손님들도 시계를 보며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요즘 근처 식당이 다 이래요. 정부에서 부정부패척결 한다고 공직감찰 세게 하니까 예전같이 편하게 식사들을 못하는 것 같아요. 거의 구내식당 이용하고, 밖에서 점심먹으면 오후 1시전에는 다 자리를 뜹니다. 봄날은 왔는 데 '부패척결' 후폭풍이 만만치 않네요"(세종1번가 ㄱ식당 김 모 사장)


"어떻게 노래방을 가요. 괜히 이런 때 재수없이 '책' 잡히면 크게 당하는 데…. 보통 인근 식당에서 소주 한 잔하고 분위기 좋으면 첫마을 쪽으로 이동해 노래 몇 곡 부르고 헤어졌는 데 지금은 선후배들 사이에 '저녁하자'는 얘기가 아예 안 나와요"(농림축산식품부 ㄴ 과장)

정부가 '부패척결'을 선포한 이후, 12개 중앙부처가 몰려있는 정부세종청사 인근은 몸조심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1개 총괄과와 5개 팀으로 구성된 총리실 공직복무관리실 인원 중 3분의 2가 세종에 머물며 공직기강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점심시간에는 오후 1시이전에 사무실로 서둘러 돌아가는 것은 물론 저녁식사 이후 이어지는 '2차문화'도 싹 사라졌다.

이러다보니 청사주위나 세종시 공무원들이 자주찾는 서울 양재역 일대등의 고급 식당, 유흥가 등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강남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종효씨(53·서울 서초구)는 "이달 들어 반짝하던 경기가 최근 완전히 꺼졌다. 여기 오는 손님 대부분이 접대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데 그걸 단속하겠다고 하니 누가 여길 오겠나. 사정기관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어서인지 다음달 까지 잡혀있던 예약들이 다 취소됐다"며 한 숨을 지었다.


실제 정부세종청사에서는 법무법인 등으로 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수 천만원을 받은 법제처 현직 국장의 사무실이 압수수색된데 이어 당사자가 검찰에 소환됐다. 또 지난 19일에는 감사원 간부 공무원 2명이 강남의 한 모텔에서 성매매를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국세청 역시 불법 대부업자와 다단계 판매업자 등 민생 침해사업자에 대한 본격적인 세무조사 착수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사회에 만연된 부패를 척결해 경제를 살리자는 것으로 공직사회는 그러한 모범이 되어야 한다"며 "앞으로 정상적인 기업·경제활동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민생에 도움이 되는 부패척결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