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먼윙스 유사사고 막아라" 국내 항공사 대책마련 분주

지난 24일(현지시각) 추락사고를 내 탑승자 15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저먼윙스 4U9525편과 같은 기종인 A320 항공기. /사진=저멍위스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의 저비용항공사(LCC) 저먼윙스의 사고가 조종실에 혼자 있던 부조종사에 의한 고의 추락사고로 잠정 결론이 나면서 국내에서도 항공기 조종실에 반드시 2인 이상 근무하게 하는 규정을 도입하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은 항공기 운항 중 조종실에는 반드시 2인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복무규정을 마련해 조만간 시행할 계획이다. 규정에 따르면 조종실의 기장이나 부기장 가운데 한 명이 화장실을 가는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울 경우 반드시 객실 승무원이 들어와 자리를 채워야 한다.

대한항공 (20,250원 ▼300 -1.46%)은 2012년부터 이 같은 규정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이들 항공사 외에 다른 항공사들도 규정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서 이같은 '조종실 2인 복무 규정' 도입이 확산되는 것은 저먼윙스 4U9525편 추락사고를 조사 결과 부조종사가 의도적으로 추락시켰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조종사의 이른바 '자살비행'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8일 239명의 희생자를 낸 말레이시아 여객기 실종사고도 구조신호가 없었고 무선 교신장치 전원이 꺼져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조종사의 '자살비행' 의혹이 제기됐다.


1999년 미국 동부 대서양 연안에서 발생한 이집트 항공기 추락사고는 교대 부기장이 회사에 불만을 품고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해외 항공사들도 조종실 2인 복무규정을 잇따라 도입했다. 영국 저가항공사인 이지젯은 27일부터 운항 시간 내내 조종실에 두 명의 승무원이 함께 있도록 했으며, 중동 에미리트항공과 캐나다 국적 항공사인 에어 캐나다, 영국 전세 항공사 모나크항공, 노르웨이 LCC 노르웨이 에어 셔틀 등도 유사한 규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독일 항공업협회(BDL)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비행 규범을 고쳐 조종실 2인 복무를 강제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조종사 등 승무원들의 심리상태 점검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국내 항공법에 따르면 조종사를 포함한 운항 승무원은 연 1회 이상 항공신체검사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 상태가 항공업무 수행에 적합한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대한항공은 항공전문 의사 면담과 임상심리전문가 상담을 통해 소속 승무원의 정신건강 상태 정기 점검하고, 정신건강 예방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임상심리전문가가 상주하는 심리상담실에서는 개인고충 해결을 위한 심리상담과 심리평가가 이뤄진다.

아시아나항공은 사내 심리상담소인 '휴포트'에 심리상담 의사가 상주, 조종사가 필요하면 언제든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조종사 본인이 심리상태가 불안하다고 느낄 경우 언제든 병가를 낼 수 있다.

동료가 다른 직원의 심리 이상 여부도 보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 상태 이상이 감지되면 심층검사에 들어가며, 치료가 필요할 경우 비행에서 제외된다. 제주항공 역시 조종사를 포함한 승무원들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의료진이 따로 상주하면서 상담을 진행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외부 승객 등에 대한 보안 문제만 초점을 맞춰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 국내에서 조종사 고의에 따른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지만 안전과 관련해서는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야 하고 조종사 심리상태 관리도 강화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