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법 6개월,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 있다? 없다?

머니투데이

최광 기자

“6만원 이상 요금제에 부가서비스 2개는 3개월 이상 꼭 유지해주셔야 해요.”
불과 6개월 전에 휴대폰을 살 때면 항상 듣던 말이다. 평소에 통화량이나 무선 인터넷 사용 정도와 관계없이 지원금을 받아 휴대폰을 싸게 사려면 붙는 조건들이었다.

그나마도 사용하는 통신사를 유지한 채 기기만 변경하려는 고객들은 어떤 요금제를 사용하더라도 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말기 유통법) 시행 6개월 이후 이 같은 고질적인 문제들이 개선되면서 소폭이나마 가계통신비 인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가계통신비 지출 추이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4분기 통계자료에 따르면, 가계통신비는 14만8400원으로 단말기 유통법 시행 전인 2013년 4분기 15만4800원에 비해 4.1% 감소했다. 이 기간 가계통신비 하락은 통신요금이 주도했는데 통신서비스 소비 지출은 2013년 4분기 14만원에서 작년 4분기에는 12만600원으로 9.5%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단말기 유통법 시행 후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비중이 줄고, 중저가 요금제 가입 비중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법 시행 이전에 지원금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고가의 요금제 가입이 필수적이었는데, 이제는 중저가 요금제를 가입해도 일정부분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는 이용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작 1분기 통계치로 단말기 유통법에 따른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거론하기에는 아직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통신요금도 가격 탄력적인 소비재 인만큼 요금 인하 효과가 일정 부분 발생하는 순간 다시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SK텔레콤의 인당 청구요금은 작년 3분기 3만6400원에서 4분기에는 3만6700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저가 요금제로 바꾸는 이용자가 있지만, 하락한 요금제에 비례해 통신사용량을 늘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 이 기간 SK텔레콤의 1인당 LTE 데이터 사용량은 2.0GB에서 3.0GB로 소폭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단말기 유통법 시행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말기 출고가 인하가 함께 이뤄지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한다.

업계의 한 영업 담당자는 “한 달 2000원씩 통신요금을 깎아 준다면 시큰둥한데, 단말기 가격을 4만 원 할인해준다면 반응이 다르다”며 “소비자들이 통신요금보다는 단말기 가격에 얼마나 민감해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