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 8개월의 고뇌 끝…3개월 전쟁 '스타트'

“8개월의 고뇌, 하지만 향후 3개월이 더 중요하다”

정부가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참여를 결정한 뒤 한 고위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우리 정부는 AIIB를 두고 번뇌의 시간을 보냈다. 우리나라가 중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AIIB 창립멤버로 가입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은 지난해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했을 때다. 2013년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 순방중 AIIB 설립 제안을 한 시점부터 따지면 1년반 정도 된다.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경제적 실리를 외면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양해 또는 이해를 구할 명분을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해 10월 21개국이 AIIB 참여 MOU(양해각서)를 체결할 때 우리 정부가 함께 하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명분을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송인창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미국과) 위로는 부총리부터 아래로는 실무자까지 여러 차례 이야기를 해왔다”며 “아시아 인프라 수요가 상당하고 그에 대해 한국 기업의 공급 능력과 참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대해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AIIB 가입 전에 미국과 충분한 소통해 왔다는 얘기다.

결국 미국의 이해를 구하며 AIIB의 막차에 탔다. 이제 남은 것은 지분 등 AIIB 내에서의 실리 챙기기다. AIIB는 우리나라가 창립멤버로 참여하는 첫 국제기구인 만큼 ‘샅바싸움’을 통해 유리한 위치를 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힘겨루기 기간은 4월부터 3개월간이다. 일정을 보면 △협정문 서명(4월) △회원국 국내 비준절차 진행(하반기) △공식출범(2015년말~2016년초)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최대 쟁점은 지분율이다. 최 차관보는 “지분율은 협정문이 완성될 때 확정된다”며 “창립회원국으로 참여만 하면 지분율 손해 보는 일은 전혀 없고 지분 프리미엄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 배분 기준이 정해진 것은 없다. 중국을 비롯 기존 협상국들을 중심으로 ‘경제력 기준’ 얘기가 나오는 정도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하면 한국은 중국, 인도에 이어 역내 3위다. 하지만 영국 등 역외국 배정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한다.

최희남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설립 협상 과정에서 지분율 구성 논의에 적극 참여해 국익을 최대한 챙기겠다”고 말했다. 송 국장도 “협상 과정에서 GDP외 다른 요소도 고려하는 등 한국에 유리하도록 노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국제금융기구에서 갖고 있는 최대 지분율은 ADB(아시아개발은행)의 5.06%인데 정부는 AIIB의 경우 6% 수준의 지분율을 목표로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분율 못지않게 이사회 구성 등 지배구조도 중요한 부분이다. 정부는 AIIB가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상임이사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비상임이사 체제로 운영될 경우 이사회보다 총재의 입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상임 이사 체제와 함께 이사국 참여 논의도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또 지배구조에 따른 부총재 진출 등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앞으로 모든 것을 논의하고 결정해야 하는 만큼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