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언론에 교도소 고발하는 수용자 진정서, 금지할 수 있다"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서울 고촉동 옛 영등포교도소의 독방 모습. /사진=뉴스1

교도소에 비리가 있다며 상습적으로 고소와 고발을 하던 수용자가 언론사에 서신을 보냈다가 금지당하자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에 대해서는 통신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판단이 중요한 이유가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는 기결수 A씨가 "일간지에 등기를 보내지 못하게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국가와 자신을 수용한 지방 한 교도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특수강간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1년 수용생활을 시작한 A씨는 허락받지 못한 문구류나 전기면도기 등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2월 조사를 받았다. 교도소 측은 A씨가 규율을 위반하지 않고 생활해왔던 점 등을 참작해 훈계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관심수용대상자였던 A씨는 자신이 청원이나 진정을 많이 제기했다는 이유로 보복성 조사를 당했다는 생각에 교도소장과 교도관들을 고발했다. 검찰은 조사 끝에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지만, A씨는 일간지에 진정서를 보냈다.

진정서에서 A씨는 교도관이 금지된 곳에 휴대폰을 반입해 하루 몇 시간 동안 전화통화를 하고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문제를 제기하자 교도관이 입막음용으로 영치금과 오징어, 사무용품 등을 건넸고, 이 물건 때문에 보복성 감금을 당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교도소 측이 진정서를 검열한 끝에 발송을 허락하지 않자 A씨는 "시설의 안전이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어 (발송을 불허한) 처분의 사유가 없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교정시설은 적법한 검열을 통해 수형자가 주고받는 서신 내용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이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 발신·수신을 금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오히려 수용자의 교화를 원활하게 하는 데 부합한다"며 교도소 측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A씨가 지난해 1월~3월 단기간에 걸쳐 교도관 등에 대한 고소, 고발, 진정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며 "언론과 같은 외부 기관의 힘을 빌려 교정당국을 괴롭힘으로써 수용질서에 위해를 가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