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비로 공무원 선물을? 서울노인복지관 '모랄해저드'

서울시립노인종합복지관이 노인 지원에 써야하는 후원금을 주먹구구식으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복지관 후원금을 지자체 공무원이 포함된 시설위원회 위원들의 선물 구입에 쓰는가하면, 정작 후원받아야 할 노인들은 결연을 끊고 신규 모집하지 않는 등 이월금을 쌓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서울시립노인복지관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관악·노원·은평노인종합복지관 등 3곳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업무에서 총 81건의 부적절한 운영실태가 적발돼 34명이 주의조치 등을 받고 3133만원의 환수조치를 요구받았다.

이들 3곳 시립노인복지관들은 노인 지원에 써야할 후원금을 선물구입이나 식대 등 업무추진비로 사용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관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노원노인복지관은 성원복지재단으로부터 받은 후원금 중 1053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쓰다 적발됐다. 통상 법인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은 법인운영비 또는 시설운영비로 쓸 수 있고, 업무추진비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업무추진비 중 15% 이내만 후원금 모집 용도 등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노원복지관은 후원금을 시설위원회 위원들의 선물 구입비 등 업무추진비로 부정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위원회 위원들에는 노원구청 어르신복지과장 등 공무원과 노원노인복지관장 등도 포함돼 있다. 2013년에 817만원, 지난해 235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다.


특히 시설위원 중 노원구청 어르신복지과장은 위원회 회의 시 회의비 지급 대상이 아닌데도 총 45만원의 회의비를 잘못 지급하기도 했다.

정작 지원해야 할 노인들은 일부 후원을 종료한 후 신규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후원금을 이월하기도 했다. 노원복지관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9월 중 총 14명의 대상자에 대한 후원을 종결한 후, 신규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결연후원금 계좌로 들어온 33만원은 전혀 사용치 않고, 이월금은 지난해까지 357만원으로 늘렸다.

관악노인복지관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결연을 맺은 노인 총 139명에 대한 후원을 끊었으나, 신규 대상자는 1명만 추가로 선정했다. 노인에 지원돼야 할 결연후원금은 매해 이월돼 지난해까지 729만원이나 쌓였다.

은평노인복지관도 후원금을 임의로 잘못 사용하다 적발됐다. 은평복지관은 인덕원으로부터 받은 후원금 중 263만5500원을 유관기관과 업무협의 중 먹은 밥값으로 지출하는 등 부정사용했다.

관악노인복지관도 자선단체로부터 받은 후원금을 법인이사회 밥값으로 92만5000원을 사용, 감사에 적발됐다.

특히 복지관들이 운영 중인 후원금은 장부에서 누락시키는 등 관리가 미비해 눈 먼 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관악복지관은 2년간 1856건의 후원금 영수증을 발급한 후 별도 장부로 작성하지 않고, 후원받은 빵과 식료품 2510만원 상당도 대장에 기입하지 않아 배분여부를 파악할 수 없게 했다.

노원복지관도 후원자 49명으로부터 받은 식료품과 의류 등 후원물품의 수입 및 사용내역을 누락해 후원관리의 구멍이 여실히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