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호적인 대외환경, 실적모멘텀 개선은 긍정적

미국 경기둔화 우려에 중동 정정불안까지 겹치며 코스피는 다시 박스권에 갇힐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코스피를 현 수준까지 끌어올렸던 외국인은 대외악재 돌출로 이틀째 코스피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박스권 하단이 연초 1880선 초반대 대비 높아진 점은 긍정적으로 풀이된다. 주도주 중심의 시장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모멘텀이 살아있는 개별 업종·종목 위주의 플레이가 유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4월1주(3월30일~4월4일)에는 미국의 3월 ISM(공급자관리협회) 제조업 컨센서스, 중국 3월 PMI(구매관리자지수) 등 글로벌 주요국 지표가 잇따라 발표된다. 미국은 최근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던 내구재 주문이 예상치를 하회한 데다 성장주에 대한 거품우려가 제기되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최근 고용지표가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이외의 거시지표는 여전히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중국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기준금리 인하, 지급준비율 인하 등 일련의 통화완화정책을 내놓으며 경기부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지만 눈에 띄는 개선폭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고승희 대우증권 연구원은 "3월 필라델피아, 리치몬드 등 지역 제조업 지수도 시장 예상치를 밑돌아 3월 미국 ISM 제조업지수도 시장 대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경제지표는 고용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24일 중국의 3월 HSBC PMI제조업지수도 시장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지표도 부진한 모습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외 불확실성의 증폭은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줄을 마르게 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외국인은 미국 내구재주문 감소악재가 불거진 지난 26일 10거래일만에 매도우위로 돌아선 후 27일에도 순매도 기조를 이어갔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성장주 버블우려와 함께 경기 소프트패치(경기회복 과정에서의 일시적 둔화) 부담으로 변동성이 커져 외국인의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중동 지정학적 부담 역시 단기적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내수급 부문에서도 투신을 비롯한 기관의 매물이 지속적으로 쏟아질 것이라는 점도 투자심리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이후 주식형 펀드의 매매패턴을 분석한 결과 향후에도 1조5000억원~2조1000억원의 환매압력이 코스피를 짓누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실적 등 국내 상장사의 펀더멘털 관련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투자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코스피 종목 중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261개사의 올해 영업이익 합산치는 최근일 기준 136조8410억원으로 올해 연초 대비 0.34%, 지난달 말 대비 1.07% 각각 상향조정됐다. 감익추세가 진행되던 예년과 달라졌다는 평가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12년 1분기의 경우 당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5% 하향조정됐고 2013년 1분기에도 10% 하향조정이 단행됐지만 올해 들어서는 소폭 증액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며 "올해 연간실적 전망의 흐름을 봐도 크게 다르지 않아 실적개선에 대한 시각이 개선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업종별로는 증권, 정유, 운송, 조선, IT하드웨어, 미디어엔터, 제약, 생활용품, 화학 등이 최근 1개월 사이에 올 1분기, 연간 실적전망이 동반 상향조정됐고 자동차, 철강, 유통, IT소프트웨어 등은 감익흐름이 진행 중"이라며 "1분기 실적시즌을 전후해 실적에 따른 주가차별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주에는 한국의 제조업·비제조업 BSI(기업경기실사지수)(30일)와 3월 소비자물가지수(4월1일) 2월 경상수지·상품수지(4월2일) 등 국내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된다. 글로벌 주요국 지수 중에서는 앞서 언급한 미국의 ISM, 중국 PMI를 비롯해 미국 개인소득·소비(30일) 유로존 실업률 및 소비자물가지수(31일) 등이 이번 주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