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리콴유 '조문 외교'…폭우 속 마지막 길 배웅

박근혜 대통령은 3월 29일 오후(현지시각) 싱가포르 국립대학에서 거행된 리콴유 전 총리 국가장례식에 참석, 애도의 뜻을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오후 싱가포르 국립대학 문화센터에서 거행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국가 장레식에 참석, '조문 외교'를 펼쳤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외국 정상급 지도자의 국장에 참석한 건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수상 장례식 참석한 후 두 번째다.

리 전 총리는 1979년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첫 방한한 것을 비롯해 6차례나 한국을 찾았을 정도로 우리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은 첫 방한 당시 양국 정상 만찬 때 작고한 모친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고, 통역을 담당했다.


2006년 5월 한나라당대표 시절에도 리 전 총리를 면담했고, 2008년 7월 고인의 초청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해 만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리 전 총리 내외에 대해 "부모님과 같은 정을 주는 분들"이라며 "2006년 회동시 그 분의 눈빛은 여전히 강력했고, 아버지가 살아계신다면 저런 모습일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울컥했다"고 애뜻함을 표시했다.

리 전 총리 서거 후 곧바로 애도 성명을 발표했던 박 대통령이 국장까지 참석한 것은 이처럼 선대부터 이어져온 인연이 두루 작용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국장 참석을 초청받은 19개 국가들 가운데 정상으로서는 가장 먼저 참석 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새벽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싱가포르 현지 숙소로 이동, 짧은 휴식을 취하고, 검정 바지 정장 차림으로 장례 시작 시간인 이날 오후 2시보다 1시간 가량 먼저 장례식장에 검정 바지 정장 차림으로 도착했다.


이날 장례식은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오후 12시 30분 싱가포르 국회의사당에 안치됐던 리 전 총리 운구행렬이 이동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영 연방 전통에 따라 포차에 실린 리 전 총리의 시신은 1시간 30분 동안 시청, 파당공원, 싱가포르 컨퍼런스홀, NTUC 센터 등 싱가포르 시내 15.4km 곳곳을 들르며 국민들과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시민들은 운구행렬이 나타나자 투명한 유리관 속에 싱가포르 국기에 쌓인 리 전 총리 시신을 향해 "리콴유, 리콴유, 리콴유"를 외치며 꽃을 던지고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국장에 초청된 각국 대표들과 함께 행사장에 입장한 박 대통령은 국장 본행사와 리셉셔늘 포함해 4시간 15분 간 자리를 지켰다. 행사 시작 전 조문록에는 "리콴유는 우리 시대의 기념비적인 지도자로, 그의 이름은 세계사의 페이지에 각인돼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 대한국민은 모든 싱가포르인과 그를 잃은 슬픔을 함께 할 것이다"라고 남겼다.

조문록 서명 전에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 조코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떼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등과 잠시 인사를 나눴고, 서명 후 장례식에 입장해 존스톤 캐나다 총독, 메이트파레 뉴질랜드 총독과도 인사를 나눈 뒤 착석했다. 착석 후에는 왼편에 앉은 리브린 이스라엘 대통령과 오른 편에 앉은 떼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잠시 환담을 나눴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의 희생자"라고 언급해 논란을 불러 일으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장례식 후 토니 탄 싱가포르 대통령이 주최한 리셉션 장에서 조우했지만, 관련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을 찾아와 "최근 있었던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의 성공적인 개최에 감사드리며, 의장국으로서 역할을 해주신 것을 평가한다"고 말하자,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앞으로 필요한 조치를 잘 취해나가자"고 답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리 위안차호 중국 부주석도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가서명을 축하하며 앞으로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와 관련해 긴밀한 협력을 해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AIIB 참여 배경을 설명하고 "앞으로 AIIB의 성공을 위해 잘 협의해 나가자"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키신저 전 국무장관, 도닐론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도 개별적으로 만나 한미 동맹을 평가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에게 "한미동맹의 강화를 위해 앞으로 지혜와 필요한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