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경제, 경제와 사회균열의 징후들

현실 경제사회에는 여러 가지 갈등관계가 존재하고 실제로 그 폐해가 일어나고 있다. 그 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부유층과 저소득층간, 지역 간의 갈등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갈등관계가 바로 노사갈등이다. 이는 노와 사가 서로 자기들의 몫을 조금이라도 더 키우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할 것이다.

그리고 경영진의 과도한 연봉문제도 이를 자극하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2013년 682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00억 원의 연봉을 받은 CEO도 있었다. 이에 따라 CEO와 근로자의 평균 급여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도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100억 원에 달하는 초고액 연봉자가 십 수 명에 달한다고 한다. 반면 저임금 비정규직 자리조차도 아쉬운 ‘88만원 세대’ 월급쟁이나,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소위 '3포세대' 젊은이들이 허다하다.


이러한 노사 간의 갈등은 노사분규로 비화되고 지나칠 경우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며 근로자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파업으로 인한 우리경제사회의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먼저 수십조 원 규모에 이르는 생산 및 수출차질이다. 이로 인해 가장 큰 득을 보는 나라는 두말할 필요 없이 제조업강국인 이웃 중국과 일본이다. 더욱이 파업을 거치면서 해이해진 근로기강은 불량품을 양산하는 결과마저 초래한다. 그로인해 우리상품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들의 평판이 나빠지게 된다.

이는 결국 당사자인 기업과 근로자 모두의 공멸을 초래한다. 생산차질과 제조원가 상승, 그리고 평판까지 나빠진 기업은 얼마 가지 않아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근로자들 또한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모기업이 문을 닫으면 협력업체들도 덩달아 문을 닫게 되는 연쇄반응이 이어진다. 반대의 경우, 즉 협력업체가 파업을 할 경우에도 모기업이 부품공급 상의 애로를 겪게 되어 결국은 모기업의 생산라인이 멈추게 된다. 노조원들의 임금을 올려주기 위해서 하청업체들의 숨통을 더 조이는 경우도 생길수가 있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다음으로 소비자와 일반국민들이 경제적손실과 큰 불편을 겪게 된다는 점이다. 노조원들에게 들어가는 임금은 결국 상품의 가격에 반영되고 소비자가 그 비용을 부담한다. 근로자들이 수고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 과도하다고 느껴질 때 소비자는 해당 기업의 상품을 외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파업기간동안 제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받기가 어려워 국민들이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해 나갈 수가 없게 된다. 특히 철도, 항공, 화물, 의료 등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파업은 엄청난 피해와 불편을 끼치게 된다. 의약분업을 골자로 하는 '약사법' 개정 당시, 법 개정에 불만을 가진 의료계의 집단 폐업으로 인해 수많은 환자들이 고통을 받았으며 심지어 귀중한 생명을 잃기도 하였다.

불법파업 대처과정에서 사회적 갈등구조가 심화된다는 점도 큰 문제이다. 불법파업 진압과정에서 종종 노조와 경찰들의 물리적충돌이 야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노사정 상호간의 반목과 불신의 골은 점차 더 깊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파장과 후유증은 우리사회 전반으로 전이되고 있다.

이러한 노사 간의 갈등 못지않게 근로자들 상호간 또는 노조 상호간의 반목과 질시, 이른바 '노노갈등'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 또한 큰 문제이다. 이 사안의 핵심은 비정규직 문제라 할 것이다. 비정규직이란 일정한 기간의 노무급부를 목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한시적으로 근로관계를 맺는 모든 비 조직화 된 고용형태를 말한다. 우리 정부 기준에 의한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2013년 607만 7000명으로 6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32.4%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들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은 정규직에 비해 몹시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2011년 6월 기준 1인 이상 전산업 사업체의 시간당 정액급여를 보면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71.3% 수준이었다. 더욱이 월 급여는 정규직에 비해 53.8%에 불과했고, 사회보험 가입률(직장가입자 기준) 또한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