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로또대출… 수익공유형 모기지 '흔들'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정책금융상품으로 출시예정인 '1%대 수익공유형 은행대출'이 출시 시기를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겉으로는 '안심전환대출' 출시 이후 가중된 은행업무를 감안한 결과라고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상품 출시은행인 우리은행과의 의견조율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수익공유형 은행대출 금리는 당초 계획보다 큰 폭으로 올라갔다. 변동금리임에도 유사한 구조의 고정금리 상품보다 금리가 높은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서민층보다 중산층 이상에게 유리하도록 상품이 구성돼 정책금융상품으로서의 의미도 퇴색된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당초 3~4월로 예정된 수익공유형 은행대출의 출시시기가 잠정 연기됐다. 국토부의 공식입장은 "최근 기준금리 인하, 주택거래량 증가 등 금융시장과 주택시장 여건이 변함에 따라 상품구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상품 출시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하지만 우리은행과의 협의가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금리 역시 당초 계획과 달라졌다. 국토부는 지난 1월 이 상품을 소개하며 "1%의 내외의 금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코픽스에서 차감금리를 빼는 방식인데, 당시 코픽스가 2.16%였다. 차감금리는 0.5~1%로 소개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코픽스를 기준으로 최소 1.16%의 금리가 가능한 구조였다.

하지만 국토부는 최근 차감금리 구간을 바꾸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차감금리를 0.5~0.6% 혹은 0.5~0.7% 정도로 조정하고 보증수수료 0.2%를 감안하면 실제 금리는 1.7~1.8%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1.7~1.8%의 수준의 금리는 수익공유형 은행대출이 벤치마킹한 주택기금의 공유형 모기지 금리보다 높다. 2013년 10월 출시된 주택기금의 공유형 모기지는 1.5% 고정금리다. 주택기금 수익공유형 모기지의 자격조건에 해당하는 이들로선 은행대출을 받을 이유가 없어진 것.

주택기금 모기지의 자격조건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경우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다. 소득제한을 없앤 수익공유형 은행대출은 결국 연소득 7000만원을 초과하는 중산층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수익공유형 모기지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집값 상승에 따른 수익을 나눠야 하는 상품 구조가 국내 현실에 맞지 않고 매력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은행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이 안심전환대출과 금리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집값이 오르면 수익을 나눠야 한다는 점은 부작용이다"며 "상품 구조 변화로 제도를 최대한 살리려는 측면이 강한데 집값과 금리 변동성이 큰 현재의 시장에서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주택기금의 공유형 모기지 실적은 출시 첫 달을 제외하곤 지난해 4월 정점을 찍은 후 추세적으로 하향세다. 특히 지난달에 취급기관이 우리은행 한곳에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3곳으로 늘어났음에도 실적은 44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거래 활성화 시기인 현재 은행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내놓을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정책적인 검토는 할 수 있으나 이를 필요로 하는 절실함은 시장에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