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장자 "불에 탔을 것"…도난 가능성도?

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26일 오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경북 상주시 배모씨(47) 집에서 불이 났다./ 사진=뉴스1

30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북경찰청 감식반이 훈민정음 혜례본 상주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배모씨(52·경북 상주시) 집에서 정밀감식을 하고 있다. 배씨의 집은 26일 오전 9시27분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로 집안에 있던 골동품과 고서적, 내부집기 등을 태워 소방서 추산 1500만원의 피해를 내고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사진=뉴스1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26일 발생한 화재로 소실됐거나 그에 앞서 도난 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훈민정음 상주본은 국보 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과 같은 초본인데다 보존상태도 좋아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30일 뉴시스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원) 등은 이날 훈민정음 상주본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배모씨(52·경북 상주시) 집에서 최근 발생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정밀감식을 벌였다.

합동 현장 감식에 앞서 집주인 배씨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작은 방과 또 다른 방 등 2곳에 나눠 보관해왔다"며 "작은 방에서 시작된 이번 화재로 그 방에 보관 중이던 훈민정음 해례본이 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초 실화 가능성이 있어 훈민정음의 소실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주변에서 발생한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방화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들어 소실 여부를 밝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씨는 이번 화재를 방화로 추정하는 이유에 대해 "화재 5일전 모 언론사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취재하겠다고 찾아와 보관 중이던 작은 방 내부를 자세히 보여줬다"며 "(훈민정음 해례본을) 노리던 쪽에서 훔쳐간 뒤 이를 은폐하기 위해 방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11시 시작된 현장 감식에는 국과원, 경북경찰청 감식반, 문화재청 관계자 등 12명이 참여해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작은 방을 중심으로 타다 남은 고문서 등을 살펴봤다.

국과원은 "화재 당시 큰 방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작은 방에서 불길이 치솟았다"는 배씨 형의 경찰 진술을 토대로 누전, 방화 등 화재 원인을 여러 각도로 분석 중이다.

한편 지난 26일 오전 9시27분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소장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배씨 집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방 2칸과 거실, 부엌을 갖춘 가옥 1채가 소실되면서 집안에 있던 골동품과 고서적, 내부집기 등을 태워 소방서 추산 1500만원의 피해를 내고 30여 분 만에 진화됐다.

상주경찰서 관계자는 "방화, 실화, 자연발화 등 다양한 화재 원인이 제기되지만 모든 것은 감식 결과가 나오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감식) 결과에 따라 수사범위를 결정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재와 관련된 화재 감식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최대한 신속히 조사하고 화재 잔존물 등을 분석해 화재 원인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