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임도 대표 있는데 5만명 삶의 터전인 회사에 대표가 없다"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직무대행. /사진=대우조선해양

사상 초유의 대표이사 선임 연기를 둘러싼 대우조선해양 (32,700원 ▼600 -1.80%)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대주주 산업은행 관계자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은 31일 오전 10시 서울 다동 본사 17층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외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대표이사인 고재호 사장은 이날 주총 의장을 맡았으나 지난 29일 만료된 자신의 사내이사 임기에 대한 안건은 상정하지 않았다.

이날 주총 진행 중 현시한 대우조선 노동조합 위원장은 고 사장의 의장 자격에 대한 법률 해석을 요구했다.

현 위원장은 "임기가 지난 29일까지인데 어떤 규정에 의거해 의장 자격으로 나섰는지 알려달라"고 발언했다. 이에 법률자문을 맡은 이경윤 김앤장 변호사는 "정관 36조 2항에 의거해 임기 만료돼도 연장할 수 있다"며 "후임 대표이사직이 아직 선임되지 않아 상법에 의거한 대표이사 권리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김열중 전 산업은행 부행장의 이사 신규선임, 이종구·정원종·이영배 사외이사의 신규선임, 조전혁·이상근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도 의결됐다.


다섯명의 사외이사는 모두 감사위원 후보로도 올랐으나,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만 일부 증권사 주주의 반대로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증권사들은 조 전 의원의 이사회 출석률이 75%가 안된다는 근거를 들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 선임 안건이 논의될 때 현시한 노조위원장은 다시금 발언권을 얻고 "계모임도 대표가 다 있는데 5만명 이상 구성원의 삶의 터전이자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책임지는 대우조선 대표이사가 없다는 건 비상식적이다"며 주총에 참석한 산업은행 관계자에게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선임 연기 이유를 물어봤다.

이에 산업은행 관계자는 "발언하지 않겠다"고 짧게 답했다. 고재호 사장은 "의장이 발언을 강제할 수 없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총을 끝마치기 전 또 다른 노조 관계자가 다시금 발언권을 얻고 산업은행 관계자에게 사장 선임 연기에 대해 "당당하게 설명해달라"고 대답을 요구했으나 산은 관계자는 재차 "발언하지 않겠다"고만 말했다. 이날 참석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과장급 직원으로 알려졌다.

고 사장은 주총이 끝난 뒤 주총장 맨 앞에 앉아있던 현시한 위원장 및 노조 관계자들 전부와 악수를 나누며 "미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는 침묵을 지키며 주총장을 빠져나갔다.

노조는 주총 시작 전부터 본사 앞에서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열어 "대주주 산업은행이 정치권 눈치 보지 말고 사장을 선임해 피해를 막는 데 나서라"고 외쳤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주총에서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50원의 현금배당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