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리 스트레스' 주식하는 개미 늘었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2년 전 주식투자를 끊은 김 과장(36)은 최근 다시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열었다. 같은 부서 최 대리와 박 과장이 게임주 투자로 500만원 넘는 용돈을 벌었다는 소식에 참을 수 없었던 것. 김 과장은 투자금 마련을 위해 금리가 연 1.8%에 불과한 국민은행 정기예금을 해약하기로 결심했다.

1%대 초저금리에 항복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기존 주식계좌에서 거래를 재개하는 투자자와 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는 추세다.


서재연 KDB대우증권 PB클래스갤러리아 이사는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1%대로 떨어지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바이오주나 화장품주, 게임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주변에 등장하면서 주식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2050만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식거래활동계좌는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이고 6개월 동안 한차례 이상 거래한 증권계좌로 실제 주식 매매를 하는 계좌를 말한다.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2012년 5월 처음으로 2000만개를 넘어선 뒤 잠시 감소하다 2014년 11월말 2000만개를 다시 회복했다. 올해 초 2000만개를 소폭 하회했지만 1월15일 2000만개를 재탈환한 뒤 사상 최고치까지 급증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1%대 시중금리에 직면한 투자자들이 투자금 일부를 주식으로 돌리면서 활동계좌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오프라인에서 가입 가능한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1%대로 모조리 하락했다. 한국은 선진국 대비 금융자산 비중이 낮고 금융자산 대부분이 예금과 현금이어서 금리 하락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퀀트팀장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적금 이율이 2% 아래로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금리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다"며 "급락한 금리에 가계 금융자산이 주식시장 유동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중 증권사의 신규 계좌 개설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대우증권에서 신규 개설된 계좌수는 2만8616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9.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발적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개인 고객이 대부분인 키움증권도 올해 1분기 신규 개설 계좌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0% 늘었다. NH투자증권도 올해 1분기 신규 개설 계좌수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85.2% 뛰었다.

증시 대기자금을 뜻하는 투자자 예탁금도 18조원대로 껑충 올라섰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월3일 18조317억원을 나타내며 17개월만에 18조원대를 반짝 회복한 뒤 다시 16조원대로 밀렸다. 그러다 3월에 다시 17조원대로 올라섰고 지난 26일부터 3거래일 연속 18조원대를 유지하며 '주식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주식시장으로 복귀하는 개인 투자자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0년대 초 브로커리지의 강자였던 대신증권은 '응답하라 대신고객' 이벤트를 통해 휴면계좌에서 거래를 재개하는 고객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삼성증권은 신규 및 휴면고객을 대상으로 모바일 수수료 면제해주고 있다.

개인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되며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을 때면 주식을 내다팔기 바쁘던 개인의 매매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수가 2000선 위에 머물던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개인은 코스피시장에서 5일 연속 순매수를 나타내며 기관 및 외국인 매물을 흡수했다. 덕분에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사수할 수 있었다.

7년래 최고치에 도달하며 650선까지 회복하는 저력을 보여준 코스닥시장의 강세도 개인 투자자들을 증시로 유인하고 있다. 일부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요즘 같은 장에서 못 벌면 바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장이 좋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8조805억원으로 전년 동월(5조5355억원) 대비 44.1% 증가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급등에 따른 개인 매매 비중 증가가 거래대금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