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복제약 공습에도 '엠빅스'만 성장하는 이유는?

SK케미칼 (42,850원 ▲200 +0.47%)이 자체 개발한 발기부전치료제 신약 '엠빅스' 매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100억 원을 넘어섰다. 국내 제약사들의 발기부전치료제 매출이 부진한 가운데 올린 성과라 주목된다.


31일 의약품 조사업체 IMS헬스에 따르면 엠빅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01억 원으로 블록버스터(연매출 100억 원 이상 의약품)제품 자리에 올라섰다. SK케미칼은 2007년 엠빅스 신약허가를 받았지만 2011년까지만 해도 연매출이 30억 원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상업적 성과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2011년 말 기존 알약형태 제품을 필름형태로 바꾼 '엠빅스에스'를 내놓으면서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엠빅스 매출은 2011년 32억 원에서 2012년 84억 원, 2013년 90억 원, 2014년 101억 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엠빅스의 매출 상승은 다른 발기부전 신약의 부진과 대비된다. 동아에스티 '자이데나' 매출은 2011년 225억원에서 지난해 121억원으로 3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JW중외제약 '제피드' 매출액은 2012년 29억 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지난해에는 8억 원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부진은 원조 발기부전치료제로 평가받는 화이자의 비아그라 특허가 2012년 만료되고 복제약이 쏟아진 가운데 차별화에 실패한 결과다. 복제약이 나오기 전까지 비아그라 가격은 1만5000원(100mg 기준), 자이데나는 1만2000원, 제피드는 1만6000원, 엠빅스는 8000원 수준이었다. 1알당 5000원 미만의 비아그라 복제약이 나오면서 국산 발기부전치료제들은 가격경쟁력을 잃었다.


하지만 신약을 개발하는데 적잖은 비용을 투입한 제약사들이 약값을 무작정 낮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신약 개발 및 마케팅 비용을 감안해 적정한 약값을 책정해야 한다"며 "비아그라 복제약과 경쟁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K케미칼은 2011년 엠빅스 가격을 낮추는 대신 필름형태의 제품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필름 제품은 물 없이 먹을 수 있고, 휴대가 간편하다. 무엇보다도 지갑에 넣고 다니면서 남몰래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발기부전치료제 복용사실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심리를 간파한 것이다.

최원재 SK케미칼 책임연구원은 "기존 제품 대비 크기를 절반가량 줄이고 입안에서 녹는 시간은 30% 이상 단축시킨 엠빅스에스 신제형을 출시한 것이 큰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이 맞아 떨어져 필름형 제품이 전체 엠빅스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알약 제품을 얇은 필름형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제(製劑·의약품 제조)기술이 필요하다. 형태가 달라지더라도 알약 제품과 약효, 흡수시간이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SK케미칼이 과거 트라스트 등 파스류 패치제품을 생산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필름형 제품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