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3대 신평사 소송 결과에 이목 '집중'

IBK기업은행 (13,350원 ▲70 +0.53%)이 KT ENS가 지급보증한 1000억원대 신재생에너지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미상환 사태와 관련, KT와 발행주관사인 NH투자증권 뿐만 아니라 3대 신용평가사에까지 소송을 제기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문투자기관이 신평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매우 드문 일로 법원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 1월 14일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3개 신평사에 대해서도 각각 10억원씩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 중앙지법에 제기했다.

기업은행이 신평사들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KT ENS의 신용도가 떨어짐에도 모회사 KT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높은 등급을 평정했다는 이유에서다. KT ENS의 대출사기사건 전모가 들어나기 전인 2014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KT ENS에 대한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의 등급은 A, KT ENS 지급보증한 SPC(특수목적법인)에 대한 한국기업평가 신용등급은 A2였다.

KT ENS와 SPC가 비교적 양호한 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초우량등급(AAA)을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 KT에 대한 '후광효과'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들은 지급보증회사와 모회사를 믿고 신용등급을 매겼고, 기업은행 등 판매사는 이 등급을 믿고 ABCP 상품을 고객들에게 판매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2월 KTENS 내부직원과 협력사가 연루된 대출사기사건이 발생하고 그 여파로 은행들이 손을 떼자 KT ENS가 루마니아 태양광사업과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 채무를 SPC(특수목적법인)로부터 인수하게 됐는데도, 이들 신평사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대해 당시 신평사들이 '안이한 대처'를 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기업은행은 이 모든 과정에 대해 법적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을 두고 채권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신용평가회사의 대처가 안이했음은 인정하지만 법적인 책임을 물은 것은 신평사의 의무를 넘어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전문투자기관 사이에 이같은 소송이 제기된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며 "신용평가회사의 등급은 투자지표로 활용될 뿐이고 신평사는 실사나 감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번 KT ENS 건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기업은행의 무리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회사에 대해 등급평정을 할 때 모회사 '프리미엄'을 고려하는 것은 그동안의 업계관행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최근 LIG건설 CP사태, 동양사태 등을 통해 신용평가사의 도덕적 해이, 책임 회피론 등이 지속제기되고 금융당국도 제재에 나서기로 한 만큼 이번 사태를 가볍게 보기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슷한 소송전이 벌어졌을 때 신용평가사는 대부분 승소했는데 이유는 그들이 발행한 보고서가 투자참고자료로서 활용된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보호와 신용등급평가 책임론이 부상했고 이에 따라 일부 신용평가회사는 책임을 지고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제재에 나서는 것도 소송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13년 동양사태 이후 신용등급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제기되자 그 해 말 신평사 대상 특별검사에 나선 바 있다. 검사결과 신평사들이 내부 신용평가조직과 영업조직간 고객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신용평가조직이 영업에 나서는 등 이른바 '등급장사'를 일삼아온 정황이 포착됐다. 당국은 올초 제제심의위원회에서 신평사들에 대해 기관경고와 임직원 중징계를 의결했으며 내달 금융위에서 이를 최종확정할 방침이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신평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ABCP가 투자자에게 판매되는 과정에서 그만큼 신평사 정보(등급)이 핵심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며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