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나는 복 받은 사람..행복한 축구선수였다"

뉴질랜드전을 끝으로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한 차두리(35, FC서울)가 팬들, 그리고 아버지 차범근에 대해 감사함과 사랑을 전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을 끝으로 국가대표팀을 떠나게 된 차두리(35, FC서울). 2001년 세네갈과의 A매치에서 데뷔전을 치른 이후, 약 14년 만에 정들었던 대표팀의 유니폼을 반납하게 됐다. 수많은 부침을 겪었지만,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차두리의 은퇴 소감에는 감사함이 묻어나왔다.


차두리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날씨가 안 좋은데 많은 분들이 오셔 마지막 자리를 축하해주시고, 기뻐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며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기쁘고 실망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어느새 대표팀 유니폼을 벗게 됐다.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나 말고 다른 선수들, 감독님들께서 더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항상 감사하면서 살아야하는 게 맞다"며 은퇴 소감을 전했다.

이어 차두리는 하프타임 때 열린 은퇴식에 관해 "팬들께서 보내주신 감사의 메시지 등을 보고, 내가 한 것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너무 감사하고 미안하고 부끄럽고, 나는 참 행복한 축구선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을 흘리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아버지 차범근이 그라운드에 나온 상황에 대해서는 "아버지께서 운동장에 나오셨을 때는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던 것 같다. 항상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의 명성에 도전을 했던 것 같다. 아버지보다 잘 하고 싶었고,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현실의 벽을 느끼게 됐고, 그냥 축구를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대표신분으로)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보는데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서 홀가분하기도 했고, 아버지의 큰 아성에 도전했는데 실패한 나 자신에 대한 자책과 아쉬움도 남았다. 사실 아버지가 조금 밉기도 했다. 아버지가 축구를 너무 잘해서, 아무리 해도 근처에 못 가니까, 속상함도 조금 있었다. 여러 가지 기분이 교차했다. 하지만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이고, 롤 모델로 삼았던 사람이 아버지이기 때문에 세상을 살면서 가장 큰 선물이고 행복이었던 것 같다"며 밝혔다.

여러모로 팬들에 대한 감사함, 아버지 차범근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소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