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밸리 뜬다는데…벤처기업 새 둥지 틀까

판교테크노밸리

"성공한 벤처기업으로 이름나려면 판교로 옮기는 게 낫죠."

서울디지털단지에 본사를 둔 매출액 30억원 규모의 소프트웨어 개발 벤처기업인 T사는 판교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매출액 신장 속도가 빨라지고 직원들도 40여명으로 늘면서 제2의 도약하기 위한 새 둥지로 판교를 염두에 두고 있다. 서울디지털단지는 1만2000여개에 달하는 기업이 밀집해 있어 문화·복합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판교를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기 위해 한국도로공사 부지를 비롯한 주변 일대에 제2판교테크노밸리인 '판교창조경제밸리'를 조성키로 발표한 점도 판교 이전 결심을 더욱 굳히고 있다.

T사 대표는 "판교에 밀집한 중견 벤처기업들과 가까이 있어야 영업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이른바 기업 이미지가 올라가는 판교 '프리미엄'을 생각해 이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종전 판교테크노밸리에는 다음카카오·엔씨소프트·안랩·쏠리드·넥슨·한글과컴퓨터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벤처기업들이 모여 있다. 여기에 판교테크노밸리 3분의 2에 달하는 규모의 제2판교테크노밸리가 추가로 조성되면서 벤처업계의 판교 러시에 불을 댕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발표가 나온 후 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판교테크노밸리를 비롯해 서울에 본사를 둔 중견 IT업체를 비롯한 10여개 기업들이 제2판교테크노밸리 조성시 입주 의향을 내비쳤다"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도 벤처의 판교 이전을 대비해 수요조사와 벤처 견학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판교 이전을 원하는 기업들이 얼마나 있는지 사전 수요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벤처 1세대들이 창업한 기업과 우리나라 대표 벤처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만큼 학생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견학시설을 판교에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수립되지 않았고 임대료 수준 등도 현재로선 미지수여서 관망하려는 기업들이 대다수다. 매출 100억원 규모의 SI(시스템통합) 업체인 R사 대표는 판교 이전에 신중할 것을 조언했다. 이 회사는 서울 역삼동에서 5년전 판교테크노밸리로 본사를 옮겼다. 그는 "판교의 인프라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중심이어서 작은 규모의 벤처기업은 비용 부담과 비즈니스 네크워크 부족으로 버티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교통여건도 불편해 서울에 있을 때보다 원하는 직원을 채용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런 점을 감안, 정부는 새로 조성될 제2판교테크노밸리에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이를 육성할 인큐베이팅 기관들의 입주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대학생과 1인 창업기업들이 혼재하고 산·학·연이 클러스터로 연결되려면 부지를 기업에 분양하는 구조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건물을 건축하면 경기도나 민간 협의체 등이 운영사업자로 참여해서 이들 업체에 저렴하게 임대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6월 판교창조경제밸리 개발계획을 마련한 뒤 2017년 분양을 실시, 2019년 준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