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고용지표 추락했지만 경기후퇴 가능성 애써 외면

믿었던 고용지표 마저 악화되면서 월가가 다소 충격에 빠졌다. 지금까지 제조업이나 소비관련 지표는 조사 기관에 따라 다소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고용지표의 경우 ‘경기회복’ 신호를 계속 보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조업과 건설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마저 예상을 밑돌면서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그 누구도 '경기후퇴(recession)'를 얘기하지 않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전날보다 77.94포인트(0.44%) 하락한 1만7698.18을 기록했다. S&P500 지수 역시 8.2포인트(0.4%) 떨어진 2059.69로 마감했다. 나스닥은 20.66포인트(0.42%) 내린 4880.23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 가운데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고용조사업체인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가 내놓은 미간 신규고용자 수다. ADP에 따르면 3월 민간 신규고용자 수는 18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고용이 20만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13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민간 신규고용자 수가 22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ADP 고용지표는 무디스 애널리틱스와 공동 개발한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를 통해 미국 노동부가 발표할 고용지표를 예측한다. 미국 노동부는 오는 3일 지난달의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ADP가 내놓은 고용지표는 지금까지 발표된 고용지표와 다소 어긋난다. 지난 26일 미 노동부가 내놓은 주간 신규 실업수당청구 건수는 29만2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주 대비 9000건 줄어든 것이며 전문가들의 예상치 29만건을 밑도는 수준이다.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줄었다는 것은 실업자가 감소했다는 의미여서 고용시장에 훈풍이 계속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같은날 발표된 4주 평균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29만7000건으로 전주 30만4750건보다 감소했다.

이보다 앞서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2월 고용지표 역시 양호했다. 지난 2월 미국 실업률은 5.5%로 무려 6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신규 취업자(비농업부문)는 29만5000명이 늘었고 시간당 임금도 지난해 대비 2% 상승했다. 이에 따라 신규 취업자는 12개월 연속 20만명을 웃돌았고 이는 지난 1994년 이후 최장 기간이었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1.5를 기록, 5개월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 경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건설지출 역시 지난 2월 0.1% 감소했다.

마켓워치의 스티브 골드스타인 워싱턴 지국장은 “경제 지표가 나빠졌고 앞으로도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월가의 이코노미스들 사이에서 아직 경기후퇴(recession)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바꿔 말하면 경기 하강을 의미하는 경제지표들이 많은 만큼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받은 월가의 리포트들을 검색해 보니 경기후퇴라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골드스타인은 또 “애틀란타 연준이 구축한 나우캐스트(nowcast)에 최근 지표들을 입력해 본 결과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0%로 나왔다”며 “여전히 어느 이코노미스트의 입에서도 경기후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