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승부수던져라" 주문에 현대·기아 美판매기록 썼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앞줄 맨 오른쪽)이 지난 달 26일(한국시각 기준) 기아차 멕시고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현지 작업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에 앞서 정 회장은 지난달 24일 현대기아차 미국판매법인을 방문해 미국판매전략을 보고받았다./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엔저(엔화약세)를 내세운 일본차와 부활한 미국차 등에 밀려 고전하던 현대·기아차가 지난 달 미국시장에서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근 미국 시장을 둘러보고 온 정몽구 회장이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라"고 독려하면서 '점유율 8%대 회복'을 위해 공격적인 판매에 나선 덕이다.

현대차 (253,500원 ▲1,000 +0.40%)는 지난 3월 미국시장에서 지난 해 같은 달보다 12.0% 증가한 7만5019대를 팔아 월별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지금까지 월 기준 최대 판매량은 지난 해 5월의 7만907대였다.


기아차 (117,600원 ▲1,400 +1.20%)도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기아차는 지난 달 5만8771대를 팔아 전년 같은 기간보다 7.2% 판매가 늘었다. 1분기 기준 누적 판매량(14만1100대)은 2012년 1분기(13만8060대)를 넘어선 신기록을 세웠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 달 판매증가율은 미국 자동차시장 평균 성장률(0.5%)을 크게 웃돈 것이다. 토요타(4.9%) 스바루(10.4%) 닛산(-2.7%) 등 일본차는 물론 GM(-2.4%), 포드(-3.5%), 크라이슬러(1.7%) 등 미국 '빅3'도 크게 앞질렀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함께 늘면서 지난 달 미국시장 점유율도 8.7%로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3월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7.9% 수준이었다. 현대·기아차의 올 1분기 누적 기준 점유율도 8%대를 코앞에 둔 7.9%까지 올라왔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가 크게 증가한 건 점유율 회복을 위해 판매 전략을 공격적으로 선회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엔저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일본차의 대대적 할인공세에도 출혈경쟁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지난 해 말부터 미국시장에서 인센티브(할인) 증가와 파격적인 할부·리스프로그램 강화, 대대적인 광고와 신차 마케팅 등에 나선 상태다.

특히 정 회장이 최근 직접 미국을 방문해 미국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한 '특명'을 내리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지난 달 24일(현지시간) 현대차와 기아차 미국판매 법인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로화와 엔화 약세, 픽업시장 증가 등 미국시장 3중고로 미국과 일본·유럽 업체의 협공이 예상된다"며 "우리만의 강점을 살리고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1년 이후 3년간 8%를 상회했던 미국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7.95%까지 내려가자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것이다. 정 회장은 구체적인 판매전략도 지시했다. 'SUV 신차'를 활용해 반전의 기회를 삼고 승용차 부문에서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달 판매 증가를 견인한 건 기아차의 SUV 신차와 현대차의 승용 차종이었다. 올 하반기 SUV인 신형 투싼 투입을 앞둔 현대차는 제네시스(2414대)와 엘란트라(2만6726대)의 판매증가율이 각각 141%와 45%에 달했다.

기아차의 경우 지난 1월 공식 출시된 올 뉴 쏘렌토와 다목적 차량 올 뉴 세도나(카니발)이 주도했다. 쏘렌토와 세도나의 1분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9%, 398.4% 늘었다. 이밖에 스포티지와 포르테 판매량도 각각 31.9%, 12.9% 증가해 판매 증가에 보탬이 됐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시장에서 지난해 보다 8% 증가한 141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1분기 누적 판매량은 31만3129대로 전년 같은 달과 견줘 7.8% 늘어났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국시장에서 수요가 증가하는 SUV 시장을 적극 공략해 판매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