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숙박 "원룸 월 50만원인데, 객실 팔면 100만원"

불법 게스트하우스를 운영중인 연남동 한 다세대 주택을 관광경찰대가 단속하고 있다/사진=이지혜 기자

1일 공항철도 서울역에서 내린 외국인 관광객들이 저마다 캐리어 가방을 끌고 서부역 출구를 나서 만리재로 향했다.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모바일 구글맵을 몇 차례 확인하며 도착한 곳은 환일중·고등학교와 소의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A레지던스였다.

홍콩에서 친구들끼리 자유여행을 왔다는 이들은 해외 온라인 호텔 예약사이트 아고다를 통해 6개 침대가 있는 ‘도미토리’ 객실을 1인당 1박 28.69달러(3만2000원)에 예약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 숙소가 불법인지도,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보상을 받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관광객 B씨는 “유명 온라인 호텔 예약업체에서 판매하는 곳이라 당연히 믿을 만한 숙소라고 생각했다”며 “가격이 싼데다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어 주변 지인들도 한국에 여행 올 때 이런 곳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관광경찰, 마포구청은 이날 합동으로 불법 숙박시설 현장 단속을 실시했다. 불법 숙박시설은 관광진흥법상의 호텔 또는 공중위생관리법상의 생활숙박업 등으로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특히 ‘레지던스’ 또는 ‘게스트하우스’ 간판을 내걸고 숙박업 허가를 받기 어려운 학교 주변 또는 주거지역에서 영업을 벌이고 있는 업체가 대표적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관광경찰에게 자신이 예약한 호텔 예약 사이트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이지혜 기자

합동단속반이 1일 오전 들이닥친 만리재로 소재 A레지던스는 집합건축물대장상 △오피스텔 △학원 △독서실 △주거 등의 목적으로 등록돼 있었다. A레지던스 업주는 이 가운데 3~4층과 12~16층을 숙박시설로 개조해 온라인 호텔 예약업체 등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하고 있었다. 객실당 1박 판매가는 약 10만~20만원 이다. 원룸으로 임대를 할 경우 월 50만원 정도 선이지만, 객실 영업을 할 경우 월 10박만 팔아도 100만원 이상 매출이 발생한다고 한다.


허명원 마포구청 위생과 주무관은 “소방안전 점검을 나왔다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숙박 시설이 있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관할 소방서로부터 신고가 들어왔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오피스텔 건물 가운데 일부 층을 불법 용도변경한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합동단속반은 홍대전철역 인근 연남동 소재의 C게스트하우스에 대해서도 단속을 실시했다. 이곳은 1층에 식당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외견상으로는 평범한 다세대 주택으로 보인다. 관광경찰은 온라인을 통해 예약을 하고 입금한 관광객에게 도어락 번호를 알려주는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흔히 ‘게스트하우스’로 알려진 도시민박업은 주거지역에서 숙박업을 허용하는 대신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다. 또 주인이 거주하면서 남는 방을 빌려주는 형태다.

김휴영 관광경찰대 순찰팀장은 “도시민박업 자체가 기업형으로 영업을 할 수 없는 형태”라며 “홍대 인근과 같이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수요가 몰리는 지역의 불법 업체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숙박시설로 의심돼 신고 된 개조 객실 모습/사진=이지혜 기자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불법 숙박업체의 폐해로 서비스 품질 저하 우려와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불법 업체의 저가 판매가 기승을 부리면 합법 업체의 수익성 저하로 신규 숙박시설 설립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문체부가 추정하고 있는 서울 시내 불법게스트하우스 객실 수는 9000~1만실에 이른다. 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 2월 관광호텔수급분석을 통해 발표한 서울 시내 합법 숙소 4700실의 2배에 이른다.

김철민 문체부 관광정책관은 "숙박이 관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품질관리가 곧 관광 경쟁력"이라며 "불법 숙박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고,(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처벌규정도 강화할 수 있도록 주무부처와 조속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호텔협회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 전국 호텔 실태 자료에 따르면 2013년(2014년 4분기 발표 최신자료) 한 해 동안 서울 소재 관광호텔을 이용한 외국인 관광객은 414만 명으로 전년 대비 19.2%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2012년 1114만명에서 2013년 1217만명으로 9.3% 늘어난 것과 역행하는 결과다.

이와 관련, 호텔업계는 "2012년 도입한 호텔특별법을 통해 서울 시내 호텔 객실 수가 증가한 반면 불법 숙박에 이용객을 빼앗겨 이용객수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 인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