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가계 생계형자금 대출 증가 전망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제공=뉴스1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계 주택담보대출과 생계형 자금 대출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들은 대출금 회수 리스크가 큰 대기업 대출을 부담스러워 하는 반면,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을 늘리려는 추세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2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 종합지수는 8로 올해 1분기(6)보다 높게 나타났다.

금융기관 대출태도지수는 대출기준, 규모, 기간 등을 종합 고려해 산출된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대출에 보다 완화적인 기조를 나타낸다는 설명이다.

2분기 차주(借主, 돈을 빌린 사람)별 대출태도지수는 중소기업 3, 대기업 –6, 가계주택 19, 가계일반 9로 집계됐다. 은행권이 중소기업과 가계대출 심사를 완화하는 추세인 반면 대기업 대출심사는 상대적으로 꼼꼼하게 한다는 반증이다.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2013년 2분기(0) 이후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향후 미국 금리인상, 신흥국 성장둔화 등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당분간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조성민 한은 금융안정국 은행분석팀 과장은 “최근 동양 등 주요 대기업이 자금난으로 도산했고 최근 조선, 건설업종을 중심으로 경기가 침체돼 대기업 여신이 악화된 상황”이라며 “대기업들은 대출금액이 커서 회수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이 많이 악화될 우려가 있어서 은행들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은행 대출태도지수 추이. /자료=한국은행

2분기 국내은행 신용위험지수는 중소기업 22, 대기업 13, 가계 16으로 집계됐다. 1분기와 비교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동일하고 가계는 3 감소했다.

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확대됐고 주택금융공사의 안심전환대출 출시 등이 가계 신용위험지수를 낮췄다는 평가다.

대출수요는 중소기업, 가계 주택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국내은행 대출수요지수는 중소기업 28, 대기업 6, 가계주택 28, 가계일반 6으로 집계됐다.

가계주택 대출수요는 아파트 분양시장 호조, 주택거래 증가, 금리인하 등으로 2013년 2분기 이후 평균 25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분기 0이었던 가계일반 대출수요지수도 2분기 6으로 상승했다. 향후 사업용, 생활자금 대출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제 2금융권(비은행금융기관) 대출태도는 농협(지역조합), 신협 등 상호금융조합을 제외하고 대체로 완화적 기조가 예상된다. 2분기 대출태도지수는 상호저축은행 14, 신용카드회사 6, 상호금융조합 –2, 생명보험회사 20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상품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고 있고, 신용카드회사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카드론 대출 출시를 확대하고 있다. 금리인하로 역마진 우려가 높아진 생명보험회사들도 보험계약 대출영업을 예전보다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상호금융조합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축소, 비주택 담보대출 리스크 관리 등 대출관리 강화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2분기 신용위험지수는 상호저축은행 18, 신용카드회사 6, 상호금융조합 18, 생명보험회사 0으로 대출수요지수는 상호저축은행 7, 신용카드회사 13, 상호금융조합 8, 생명보험회사 20으로 각각 집계됐다. 전분기와 비교해 개인대출 비중이 높은 상호저축은행 (-4→7) 및 상호금융조합(-6→8) 대출수요지수가 크게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지난해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 대출잔액(외은지점 제외)은 1255조원으로 집계됐다. 상호저축은행은 30조원, 신용카드회사는 20조원, 상호금융조합은 284조원, 생명보험회사는 103조원의 대출금액을 각각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