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주 몰래 텔레뱅킹서 1억여원 인출 전자금융사기단 덜미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인터넷전화로 변작한 번호를 이용해 타인의 텔레뱅킹에 접속하고 1억여원을 인출한 금융사기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뉴스1 © News1

농협 텔레뱅킹에서 예금주도 모르는 사이 1억2000만원이 빠져나간 사건은 인터넷전화를 이용해 발신번호를 변작한 이들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현행 인터넷전화의 번호변작은 불법이 아니라 추가피해를 막기 위한 관계기관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인터넷전화로 타인의 텔레뱅킹에 지정된 전화번호와 같게 변경한 후 총 41회에 걸쳐 1억2000만원을 인출하고 해외계좌로 밀반출한 혐의(컴퓨터 등 사용사기 등)로 국내 총책 이모(37)씨, 대포통장·자금 관리책 이모(36)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또 정모씨(34)씨, 박모씨(32·여)씨 등 인출책 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중국 총책 김모(28)씨에 대해서는 국제공조를 통해 추적 중에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한 포털사이트에서 한국인 여권 스캔 사진을 찾아 해당 개인정보를 도용해 중국에서 인터넷전화에 가입했다.


이후 전남 광양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51)씨 소유의 농협 텔레뱅킹의 지정 전화번호, 보안카드 번호 등을 입수해 지난해 6월26일부터 28일까지 3일동안 41차례에 걸쳐 1억2000만원을 15개의 대포계좌로 이체하고 해외계좌로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 박씨 등은 메신저 위챗(WeChat)을 통해 김씨 지시에 따라 경기·대전 일대 금융자동화기기 22곳에서 돈을 인출함과 동시에 해외계좌로 밀반출했다.

이들은 서로 별명을 부르면서 접선할 때는 '모바일 메신저'만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 중국과 공조수사 등을 통해 이들이 변작된 지정번호로 국내 텔레뱅킹 시스템에 접속해도 금융회사에서 이를 탐지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어떤 경로로 피해자 이씨의 지정번호, 계좌번호, 보안카드 번호 등이 담긴 개인·금융정보가 유출됐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씨와 가족의 휴대전화, 컴퓨터 6대 등을 제출받아 증거분석을 실시한 결과 금융정보 유출경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안카드 이미지를 저장하거나 피싱사이트 접속, 악성코드 감염 등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이씨의 개인·금융정보가 빠져나간 경로를 파악하고 유사수법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공조수사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관계기관 실무회의를 열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발신번호 변작신고 및 전달경로 확인이 가능하도록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한 '개정 전기통신사업법'(16일 시행)이 초기에 제도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텔레뱅킹 이용시 본인만 아는 것으로 지정번호를 축소하고 이체결과 문자 수신, 일회용비밀번호(OTP)를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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