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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이 2015년 나왔다면 @를 뭐라 불렀을까?

[우리말 밭다리걸기]36. 외래어 필요한 만큼 쓰기

우리말 밭다리걸기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입력 : 2015.04.07 13:33|조회 : 1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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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요리 'zavinac'. @도 같은 이름으로 불립니다. /사진=위키피디아
체코의 요리 'zavinac'. @도 같은 이름으로 불립니다. /사진=위키피디아
 #1. "아티스틱한 감성을 바탕으로 꾸띄르적인 디테일을 넣어 페미닌함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보그병신체'의 사례입니다. 한글로 써 있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글투를 뜻하는데요. 이름에서처럼 비난의 대상이 된 이유는 말이 의사소통이라는 기본적인 역할을 못 해서입니다. 하지만 '보그병신체'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2. 인터넷 기사를 읽으면 댓글을 달거나 보게 됩니다. 그런데 댓글? 예전엔 '리플(reply를 줄여 만든 말)'이라고 많이 했는데…. 이는 국립국어원의 말 순화 노력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물론 포털 사이트들과 사용자들의 공감, 협조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런 사례, 마치 펩시콜라가 코카콜라를 제친 것 같다고 할까요. 찾기 쉽지 않습니다. 한번 널리 쓰이게 된 말은 다른 말로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3. 이메일을 쓸 때면 찾게 되는 기호가 있습니다. '@'인데요. 골뱅이라고 부르지요. 알파벳 'a'에 동그라미가 합쳐진 이것은, 미국에서 장소를 나타내는 'at(앳)'을 뜻합니다. 재미있게도 @는 나라 별로 여러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거미원숭이(klammeraffe·독일), 원숭이 꼬리(apestaart·네덜란드)로도 불리고, 절인 청어로 오이를 감싼 요리(zavinac·체코)로 불리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영어를 따와 '아토 마쿠(at mark)'라고 합니다.
 국내에선 1990년대 후반부터 이메일이 널리 쓰였는데요. 만약 요즘에 이메일 문화가 퍼졌다면, 우린 @에 골뱅이와 같은 이름을 붙였을까요? 아니면 '앳(at)'이라고 했을까요?

 외래어는 나쁜 말이 아닙니다. 국내에 없던 물건이나 개념을 나타내는 말이라면 자연스레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컴퓨터, 버스, 볼펜 등을 지금 와서 바꾸는 것은 쉽지도 않고 의미도 작습니다. 말 순화를 오랫동안 해온 국립국어원도 마찬가지 입장입니다. 김문오 공공언어과 학예연구관은 "쉬운 말로 쓰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순화된 말에 외래어가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한 지자체 하천 산책로에 있는 안내판.
한 지자체 하천 산책로에 있는 안내판.
 하지만 요즘은 자연스러운 필요 때문이 아니라 "있어 보여서" 영어식 표현을 쓰곤 합니다. 전문가들이 해외에서 쓰는 표현을 들여온 뒤 언론이 그걸 그대로 써서 대중에게 퍼지기도 합니다.

 뜻 모를 한자어가 많이 나오는 법원 판결문이나 금융상품 약관에 답답함을 느끼듯이, 외래어가 과도한 것은 누군가에겐 불편한 일입니다. 한자(한자어)가 한글보다 고상하다는 수백년 편견이 아직 남아있다면, 영어가 더 세련됐다는 편견은 이제 커져가는 중일지 모릅니다.

 외래어 순화 사례 중 '레시피→조리법'이 있습니다. 요리사와 같은 듯 달리 들리는 '셰프'의 레시피가 조리법으로 불리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앞서 말했듯 말을 바꾸는 게 쉽지 않으니 말이죠.

 1995년 8월 국민학교라는 명칭이 초등학교로 바뀌었습니다. 어린 시절 국민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아쉬웠지만 '초등학교'가 자리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요. 우리가 쉽게 접하는 공공기관이나 사물의 이름에 우리말을 좀 더 반영했으면 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동사무소·파출소가 주민센터·치안센터가 된 것은, 고속철도가 KTX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그래서 아쉽습니다.

서울 광화문 '한글가온길'에서 만난 간판들. 다른 지점과 달리 한글을 우선 표기해 눈길을 끕니다.
서울 광화문 '한글가온길'에서 만난 간판들. 다른 지점과 달리 한글을 우선 표기해 눈길을 끕니다.
 다행히 긍정적인 움직임도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정부 기관 대변인들은 '보도자료 쉽게 쓰기'에 나섰습니다. 서울시도 지난해 국어사용 조례를 만들고 공문서에 쉬운 우리말을 쓰도록 했습니다. 지하철 몇몇 역에서는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가 아닌 "안전문이 열립니다"라는 안내음성이 들립니다.

 외래어를 순화한 말을 보면 어색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제안된 순화어가 대중에게 다 받아들여지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그런 노력 자체를 깎아내리진 말았으면 합니다.

오늘의 문제는 '거꾸로' 내봅니다. 다음 말을 외래어로 하면 무엇일까요?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1. 땅꺼짐
2. 칠판펜
3. 살얼음
4. 허벅지 뒷근육

이메일이 2015년 나왔다면 @를 뭐라 불렀을까?
정답 ☞ 1은 싱크홀, 2는 보드마커, 3은 블랙아이스, 4는 햄스트링의 순화어입니다.



김주동
김주동 news93@mt.co.kr

다른 생각도 선입견 없이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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