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회관이 도시 한 복판에…'우리동네 나무그늘'

'우리동네 나무그늘' 협동조합의 사랑방인 '카페 나무그늘' 전경. /사진제공=우리동네 나무그늘

지역 주민 모두가 주인이 돼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즐기는 공동체가 있다. 함께 공감하는 문화를 나누고 팍팍해져가는 삶을 위로하는 협동조합은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키며 마포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마을 공동체 '우리동네 나무그늘'(이하 나무그늘) 협동조합은 2년 간의 준비 끝에 2011년 첫 발을 내딛었다. 해체되는 공동체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청년들이 주민과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며 대안을 이야기하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것. 본부 격인 '카페 나무그늘' 설립을 시작으로, 나무그늘은 4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마포 주민의 생활 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다.

창립멤버인 윤성일 나무그늘 협동조합 이사는 "지역주민과 어떻게 소통하고 함께 공동의 대안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시작했다"며 "10여개 단체가 힘을 모았고 현재 조합원은 150여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2013년 6월 협동조합으로 전환된 나무그늘은 특히 '카페 나무그늘'에서 대부분의 활동이 이뤄진다. 조합원들의 회의공간이 되기도 하고, 유용한 정보와 웃음을 나누는 쉼터가 되어주며 사무실이자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초창기에는 낯설어 하던 인근 주민들도 이제는 마음 편하게 찾아오곤 한다고.

카페 나무그늘에서는 △동네 벼룩시장 성격의 '나눔가게 소금꽃' △ 모임공간 '열린나루' △법률문제에 부딪힌 주민을 위한 '생활상담센터' △노래와 시낭송 등이 펼쳐지는 '밤마실 음악회' 등 나무그늘이 추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업들이 진행된다.

'우리동네 나무그늘' 협동조합은 지역 공동체에 관심있는 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사진=이진호 기자

특히 사전신청을 통해 노무사와 변호사, 재개발 전문가들이 직접 이야기를 들어주는 생활상담센터는 임대차 문제나 임금체불, 불공정 계약 등 손쉽게 해결하기 힘든 법률문제에 부딪힌 주민들에게 소중한 길라잡이가 된다는 평이다. 윤 이사는 "나무그늘의 목표 중 하나인 '다양한 재능 공유'의 모델이 되는 것"이라며 "도움을 받은 분들이 또한 자신이 가진 능력을 통해 다시금 베풀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뿐만 아니라 나무그늘은 매년 마을 축제도 개최하고 있다.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개최됐다. 올해부터는 나무그늘과 뜻을 같이하는 10여개 단체가 독립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또한 '소금꽃 마을 네트워크'도 나무그늘이 기획하는 운동 중 하나다. 염리동, 대흥동을 비롯한 마포 일대의 문화예술단체, 주민동아리, 지역 아동센터 등이 함께하는 이 네트워크는 지역에 있는 각각의 단체가 제2의 나무그늘 만들기는 물론 유기적인 협동 프로젝트를 통해해 '마을 공동체'의 목적에 한 발 더 다가갈 계획이다.

"우리 사회 문제와 괴리되지 않는 지역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는 윤 이사는 "다양한 사례와 벤치마킹을 통해 오는 6월쯤 정식 출범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나무그늘의 매력과 바람을 물었다.

"예전 시골에 있던 마을 회관을 떠올리면 될 것 같아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말 걸 수 있고, 주민들이 바라는 것을 도모해 나갈 수 있는 커뮤니티를 생각했습니다. 지난 3~4년간이 안정화시키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공동체 경제 운동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마을 공동체가 우리 삶과 경제를 바꿀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