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 결국 감자…법원 비율 조정 1.25대 1

법원이 팬오션의 인수자로 예정된 하림과 소액주주 반응을 살펴 감자비율을 1.25대 1로 중재하기로 했다. 채권자 권리감축에 상응해 주주의 권리도 감축해야 한다는 기존 법원의 입장이 이번에도 지켜진 것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하림과 팬오션에 1.25 대 1 비율의 무상감자안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 모두 법원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 하림 관계자는 "법원이 내놓은 안을 최대한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팬오션의 무상감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예견됐던 사안이다.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팬오션은 신규로 유입될 하림의 인수금보다 아직 부채가 더 많은 상태다. 이에 새 인수자인 하림은 채권단의 부채 탕감과 기존 주주에 대한 무상감자로 부채를 낮추는 방안을 준비했다.

팬오션이 하림의 계획대로 올해 말 부채비율 100% 이하인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기존의 조 단위 회생채권을 보유한 채권단이 1조원 안팎의 하림 인수금을 받고 부채를 일부 탕감해줘야 한다. 하림의 회생계획을 따르면 채권단이 20% 가량의 손실을 입게 된다.

하림은 채권단이 손실을 보는 만큼 기존 팬오션 주주들의 권리도 그 이상의 비율로 감축하는 방안(1.5대 1)을 법원에 제기했다. 가령 현재 팬오션 A주주가 150주를 갖고 있다면 감자를 통해 주식수가 100주로 줄고 주식 소각으로 남은 자본은 기타자본잉여금 계정으로 유입돼 부채 변제 등에 쓰는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팬오션의 소액주주들은 즉각 반발했다. 소액주주 권리 찾기 카페 등을 만들어 회생계획안 부결, 하림 불매 운동 등의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였다. 팬오션의 소액 주주 비율은 72.87%로 높은 편이다.

예상보다 강한 반발에 법원은 하림과 팬오션에 감자 비율을 소폭 낮춰 1.25 대 1로 감자할 것을 중재안으로 내놨다. 주주들의 반발이 있지만 채권자 권리감축에 상응해 주주의 권리도 감축해야 한다는 기존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법원은 과거 쌍용자동차 등 다른 회생절차 기업들도 감자를 통해 이런 주주 권리 감축을 진행했다.

감자 내용 등을 담은 변경 회생계획안은 21일 법원에 제출될 계획이다. 변경 회생계획안은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자의 3분의 2, 주주의 2분의 1 동의를 거쳐야 확정된다. 하지만 관계인 집회에서 부결되더라도 법원이 강제인가를 내릴 경우 변경 회생계획안은 통과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만 채권자의 권리가 줄어드는 만큼 주주들의 권리 축소도 필요한 것으로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며 "당장 보유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법정관리를 졸업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