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장부 실체 없다…제2녹취록도 결정적 증거 아냐"

문무일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비밀장부나 비밀회의 녹취록이 있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언론 보도에 나오는 것처럼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남기업 의혹 관련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증거물 분석에 수사력을 모두 집중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리스트'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찾는게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했다'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해지는 성 전 회장의 비밀장부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경남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자신이 금품을 전달한 고위급 인사들을 추려내기 위한 측근들과 회의를 진행했다. 성 전 회장이 직원들을 통해 유력 인사들에게 돈을 전달한 날짜를 확인하고 리스트를 남겼다는 경남기업 관계자들의 증언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같이 독일, 벨기에를 갈 때 돈을 줬는데 그때가 언제였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만일 비밀장부가 존재했다면 이런 질문이나 회의는 불필요하다.


경남기업 측 관계자는 "현재 보도에 나오는 것은 비밀장부가 아니라 성 전 회장의 일정 등이 섞인 정리가 안된 서류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성 전 회장의 '대책회의' 녹취록이 존재한다, 회의 녹취록을 이미 검찰이 확보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검찰 인사는 "이 녹취록이 실제로 있더라도 이것만으로 엄청난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한쪽의 주장만이 담겨있기 때문에 관련 계좌 추적 등을 통해 범죄 사실을 특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진술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찾아야 한다"며 "계좌로 돈이 유통됐으면 모를까 현금으로 돈이 유통됐다면 유통단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조사 및 자료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의 핵심 관계자로 검찰 수사에 협조적인 한모 부사장의 진술도 '구멍'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변호사는 "한 부사장의 진술이 그렇게 결정적이라면 검찰이 왜 측근 11명의 집을 압수수색 했겠나"라며 "추가로 확인할 것이 많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사 대상자들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점, 현 정부의 유력 인사라는 점도 수사를 어렵게 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유정복 인천시장, 부산시장,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 인터뷰에는 이들이 돈을 받았다는 직접적인 말은 없다. 이들이 돈을 받아갔다고 추정할만한 내용만 있어 검찰은 이들에 대한 수사 여부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특수팀은 관련 자료들에 대한 분석을 마치는 대로 경남기업 관계자들부터 소환해 기초 조사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의 입에 이번 수사의 성패가 달린 셈이다. 특수팀은 최근 수사 보강 차원에서 손영배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 김경수 서울남부지검 부부장검사 등을 추가로 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