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금융권 취업 천기누설] "자기소개서는 연애편지 쓰듯…"

#. 지난해 KB국민은행에 입행한 김현석 계장(본점 영업부 근무)은 전형 내내 자신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많은 지원자들 가운데 눈에 띄기 위해선 진솔한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다.

왜 은행원이 되고 싶은지, 어떤 준비를 해 왔는지를 자신의 학창시절 경험들과 엮어 자소서에 담았다. 면접을 보면서도 자소서 내용에 기반해 나를 세일즈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는 천편일률적인 스펙이 아닌 '내 이야기'를 강조 한 게 합격의 키였다고 전형 과정을 회고했다.


KB국민은행은 '취업 맞춤형 인재' 보다는 '인성'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지원자를 선호한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대학생활 전부가 취업에 맞춰진 취업맞춤형 인재들은 오히려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게 채용 담당자의 조언이다. 대신 직무 연관성 있는 경험에 기반한 다양한 스토리를 갖춘 지원자가 돋보인다는 것.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중 L1(일반공채) 신입행원 약 400명, L0(특성화고 등 공채) 신입행원 약 100명을 뽑는다. 상하반기로 나눠 경력단절여성 약 300명과 하계·동계 청년인턴 300명도 채용한다.

올해 상반기 신입행원(L1)은 지난 6일부터 서류 접수를 시작해 20일 마감한다. 서류 합격자는 다음달 13일 발표되며 이 합격자들의 필기시험이 17일 예정 돼 있다. 이어 최종합격자가 7월 중 발표된다. 특성화고 채용은 현재 진행 절차에 들어섰다. 특성화고 채용은 오는 20일부터 27일까지 면접을 거쳐 30일 최종 합격발표 공고를 낸다. 또 상반기 경력단절 여성 채용은 5월 중, 보훈채용은 7월 중으로 예정돼 있다.

특히 올해엔 지방 우수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신입행원(L1) 채용 과정에 처음으로 지방 지역 방문 면접도 진행할 방침이다. 지방 면접의 경우 집단토론이나 프레젠테이션은 생략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지금까지는 1차 면접에서 실무 면접관들과의 질의응답, 집단토론,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2차 임원면접을 진행 해 왔다.






KB국민은행의 인재상은 있는 KB국민은행은 학력, 전공, 자격증 등 획일화된 스펙으로 무장한 지원자 보다는 3C를 갖춘 '통섭형 인재'를 추구한다. 3C는 Communication(고객과의 소통), Co-operation(직원간 협업), Creativity(창의적인 마인드)다. 은행업 특성상 다양한 고객과 깊게 소통하는 능력, 협력을 통해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팀워크, 그리고 창의적인 마인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채용 절차는 지원서 작성에서 시작돼, 서류전형과 필기전형. 면접전형(직무능력검사포함)으로 진행된다. 서류전형엔 학력, 전공,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서류전형에서의 '스크리닝'도 없다. 인사담당자들이 전지원자의 자기소개서 내용 전체를 직접 읽어보고 평가를 한다. 그래서 국민은행의 서류전형기간은 한 달 가까이 걸린다. 수만명 지원자들의 자소서를 모두 꼼꼼이 읽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 작성 시 팁이 있다면, 작성 전에 키워드를 선정하고 식상한 표현보다는 채용담당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주는 간결한 문장으로 구성하는 게 좋다. 소제목을 붙여, 일관성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특히 자신이 쌓아온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이 과정에서 실패나 좌절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또 그런 경험이 입행 후에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를 어필하는 것이 스펙 보다 더 중요하다는게 KB국민은행 채용담당자의 설명이다 .

논술과 기획안을 작성하는 주관식 평가와 경제, 금융, 상식, 국어, 국사 등 객관식 평가가 함께 있는 필기 전형을 치러 합격한 지원자들은 1차 면접 관문에 들어선다. 면접전형에서는 첫인상이 매우 중요하다. 첫인상에선 단정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가 핵심이다. 면접관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태도라면 더할 나위 없다.

특히 너무 긴장해서 본론보다 서론을 장황하게 말하면 듣는 사람의 집중력이 떨어지니, 두괄식으로 표현하되 면접관이 아쉬움을 느껴 추가 질문을 하도록 약간은 미완성된 대답을 내놓는 게 팁이다. 다만 마지막에는 확실한 결론을 내리는 답변을 해야 한다.

한편, KB최우수 또는 우수인턴으로 선발됐거나 KB캠퍼스 스타 우수 활동자를 우대한다. 또 금융감독원이 주과한 해외 잡페어 우수참가자도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이공계 전공자 역시 우대 사항이다.

KB국민은행 채용담당자는 "채용에서의 합격 포인트를 연애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마음에 드는 상대방(KB국민은행)에게 연애편지(자기소개서)를 쓰는 일로 과정을 시작해 자신이 누구이며 왜 상대방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작성에 앞서 상대가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를 탐색하고 자신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진심을 다하여 보낸 연애편지를 통해 만남의 자리(면접)가 성사됐다면, 면접관은 지원자를 탈락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아닌만큼 면접관이 나를 알기 위해 나와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좋은 첫인상을 주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깔끔한 말투와 논리적인 표현력이 추가된다면 더욱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이어 그는 "트랜드 변화를 따라가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왜 이러한 변화가 있으며 그에 따른 자신만의 스토리와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를 권한다"며 "관심 있는 기업을 미리 설정하고 해당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닮아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원하는 기업으로의 취업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그는 "'스펙초월’이라는 키워드 속에서 ‘인문’,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지원자 채용이라는 채용 트랜드는 지속될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인성 검증에 대한 요구가 높을 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미디어와 스마트폰에 장시간 노출되고 그에 익숙한 지원자들 사이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지원자의 가치가 더욱 빛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