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제왕적' 상임감사 권한 줄였다

국민은행

KB국민은행 상임감사의 권한이 축소됐다. 은행장에게 올라가는 모든 결재 서류를 사전에 들여다보도록 했던 기존의 상임감사 직무규정이 일부 항목만 사전 감사가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제왕적' 감사 논란을 잠재우고 경영권과 감사권의 균형을 잡기 위한 '정상화' 작업이라는 평가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감사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이 같은 내용의 상임감사위원 직무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달 26일 물러난 송명섭·조인호 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이 의결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상임감사의 사전 감사 대상은 기본사업계획 수립과 이사회의 결의안, 예산 전용, 직원 상벌 등의 항목으로 제한됐다. 다만 중요한 경영항목이 다수 포함돼 있어, 개정된 직무규정으로도 상임감사의 역할 수행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번 상임감사 직무규정 변화는 금융감독원의 모범규준에 의거해 개정한 것으로,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동일한 내용의 상임감사 직무규정을 두고 있다.

국민은행 상임감사의 권한이 대폭 확대된 것은 1년여 전의 일이다. 지난해 2월 말 국민은행 감사위원회는 은행장에게 올라가는 모든 결재 서류가 상임감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직무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내부통제시스템의 미비점이 수차례 발견된데 따른 '보완책'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전 감사는 가능한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훼손한 정병기 당시 상임감사의 '입김' 강화라는 평가가 제기됐다. 특히 상임감사가 사전 감사권을 활용해 은행장의 모든 결제 서류를 들여다보게 되면, 경영권을 간섭하게 되는 것은 물론 크고작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상임감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작용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반면 윤종규 행장 취임 후 국민은행 경영이 안정되면서 사실상 '긴급조치' 성격이었던 상임감사의 폭넓은 권한을 더 이상 지속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게 은행 안팎의 평가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 1년간의 상임감사 역할이 이례적으로 강했던 만큼, 이번 상임감사 직무규정 개정은 자연스러운 정상화의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재 공석인 상임감사 선임을 앞둔 사전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은행 상임감사직은 지난 1월 정 전 감사가 자진 사퇴한 후 3개월 넘도록 후속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국민은행은 이달 말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를 열어 신임 상임감사 선임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