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간 하도급대금 실태조사 모든 업종으로 확대

정부가 대·중소기업 하도급 대금 지급 실태 조사를 모든 업종으로 확대한다. 대기업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 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다. 또 유통·가맹 분야 불공정관행을 근절하고, 보복 우려없이 신고·제보가 가능한 여건을 조성하는 등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관행을 개선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부터 10일 동안 선박제조 업종에서 하도급 대금 지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조사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의류업종 실태 조사 이후 한달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앞으로 자동차와 기계, 건설 등 모든 업종으로 확대된다.


공정위는 하도급 대금 미지급과 관련, 중소하도급 업체들의 주요 불만 대상인 대형 선박제조업체의 1차 협력회사 10여개를 우선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1차 협력회사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1차 협력회사의 대금 미지급이 윗 거래단계에서 '못 받아서 준 것'인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엔 상위업체도 추적 조사하는 이른바 '윗 물꼬 트기 조사'도 병행할 계획이다.

주요 조사내용은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늦게 지급하면서 지연이자 미지급 △하도급 대금을 어음이나 어음대체결제수단(기업구매카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등)으로 지급하면서 할인료나 수수료 미지급 △발주자로부터 대금을 현금으로 받았음에도 수급 사업자에게 어음 등으로 지급 △현금결제비율 유지 위반 행위 △발주자로부터 선급금 등을 수령했음에도 이를 수급사업자에게 미지급 등이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하도급 대금 지급 관련 불공정행위 근절이라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도급 대금 미지급 문제는 중소 하도급 업체의 가장 절실한 애로사항이다. 공정위가 2014년 5월에 발표한 하도급 분야 서면 실태조사 결과, 하도급법 위반 혐의에 대한 전체 제보 중 48.1%가 하도급 대금 관련이었다.

공정위는 자진시정과 자율준수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를 확대할 방침이다. 하도급 대금 관련 법위반 행위 자진시정 시 경고조치하되, 벌점은 부과하지 않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신속한 자진시정을 유도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대금 미지급 사례에 대해선 해당 업체 스스로 최대한 신속하게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자진시정을 하지 않거나 상습적으로 대금을 주지 않은 업체엔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하도급 대금 지급실태 조사 외에도 유통·가맹 분야 불공정 관행을 적극 개선할 방침이다. 기본장려금 폐지 등 대규모 유통업 분야에 새롭게 도입된 제도 위주로 거래관행 개선 여부와 불공정 행위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대규모 유통업자가 사업 영역을 아울렛 분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도 감시를 강화한다.

또 가맹점주의 권리 강화에 대응한 가맹 본부의 비용부담 전가행위 등 민원 빈발분야에 대해 감시를 강화한다. 단기간에 가맹점이 급증하는 가맹본부에 대한 모니터링 및 가맹사업 희망자들을 위한 가맹사업 비교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밖에 서면 실태조사 협조 중소기업에 대한 보복조치를 금지대상에 추가하고 허위자료 제출 등에 대한 제재 수준(현재 상한액 500만원)을 강화한다. 담당 조사 공무원 이외의 제3자가 신고인을 확인할 수 없도록 공정위 내부시스템에 신고인 가명 처리 방안도 도입한다. 신고·제보 중소기업에 대한 보복조치와 탈법행위 적발시엔 형사 고발 등 엄중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대·중소기업 불공정관행 시정과 시장지배력 남용 방지 금지 등은 공정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다"며 "공정위 본연의 법집행 업무를 차질없이 추진하면서도, 기업 스스로 불공정관행을 개선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