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에 또 그리스 악재, 코스피 상승세 찬물 끼얹나

지난 2월 하순 봉합된 그리스 재정위기 관련 불확실성이 다시 글로벌 금융시장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그리스를 둘러싼 잡음이 이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온 코스피에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1.54% 급락했고 S&P500지수, 나스닥지수도 각각 1.14%, 1.52% 동반하락했다. 그리스 채무협상을 둘러싼 우려가 투심을 악화시킨 영향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그리스와 채권단 모임인 유로존은 구제금융 만료시한을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2월로 2개월 연장했다가 재차 오는 6월말까지로 4개월 연장한 바 있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만료될 경우 유로존 채권국과 IMF(국제통화기금) 등에 대한 채무상환이 불가능해지는 디폴트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유로존은 24일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그리스에 대한 72억유로 지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리스가 추가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내놓은 경제개혁안에 대해 유로존이 마뜩찮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동반급락했다. 지난 17일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 증시는 각각 2.58%, 1.55% 하락했다. 독일, 프랑스 증시의 이날 낙폭은 각각 올해 들어 가장 컸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문제는 그리스 관련우려가 코스피를 떠받쳐 온 외국인 유동성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초 1880선 초반으로 밀렸던 코스피가 현재 2140선까지 14% 가량 급등할 수 있었던 데에는 ECB(유럽중앙은행)발 대규모 양적완화 자금을 비롯한 글로벌 유동성의 영향이 컸다.

특히 그리스-채권단 간 합의로 구제금융 만료기한 연장소식이 전해진 지난 2월23일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5조8200억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의 견조한 상승흐름을 견인한 주역으로 작용해왔다. 같은 기간 기관, 개인은 각각 4조4900억원, 8600억원씩을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코스피는 2011년 8월초 전고점(2172.31)과의 격차가 단 1.3%에 불과할 정도로 올라와 있는 상황인 만큼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민감도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4~25일 예정된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는 그리스에 대한 72억유로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현재 독일의 입장이 강경해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미 노출된 재료라는 점에서 글로벌 주식시장의 추세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경기모멘텀 둔화, 그리스 리스크 심화, 단기주가 과열 등으로 주식시장이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유동성 확장기조가 바뀌지 않은 데다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코스피로의 외국인 유동성의 지속적인 유입을 낙관하게 하는 근거로 제기된다.

고승희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지표가 부진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며 "중국지표가 부진하면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위험자산 강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시장은 리스크에 둔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우호적 투자심리를 감안할 때 외국인 매수세는 지속 유입되며 코스피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