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바오치' 위해 지준율 전격 인하 "양적완화 시작됐다"

중국 인민은행이 20일부터 중국 내 금융기관의 인민폐 예금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종전보다 1%p 낮춘 18.5%로 조정한다. 이는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7%로 확정된 지 나흘만에 나온 화폐 정책으로 시중에 돈을 확실히 더 풀어, 적극적으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19일 중국 인민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20일부터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1%p 낮춰 18.5%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의 이번 지준율 인하는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강화하는 한편 기업 자금난 해소와 삼농 정책(농민 수익, 농업발전, 농촌진보), 대형 인프라 건설 등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실제 중국농업발전은행은 지준율을 1%p가 아니라 2%p 낮춘 17.5%로 조정했고, 소기업 대출이나 삼농 관련 대출이 많은 국영은행이나 민간은행도 추가로 지준율을 0.5%p 더 낮춰 18%만 확보하면 된다.

이번 지준율 인하는 지난 15일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7.0%로 확정된 지 4일만에 전격적으로 나온 것이어서 배경에 더 관심이 쏠린다. 중국의 7% 경제성장률은 분기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1분기(6.6%) 이후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진핑 정부가 7%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화폐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올해 바오치(7% 성장 유지)를 위해 감세 정책과 소비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경제 정책들의 효과가 극대화하려면 지준율 인하 같은 화폐 정책이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시각이다.


특히 이번 지준율 인하로 대출 자금이 더 늘어나 자금난을 겪는 개인과 기업들의 숨통이 확실히 트일 전망이다. 이를 통한 경제 구조조정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이미 중국 내에서는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로 화폐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호주 맥쿼리그룹과 영국 HSBC 등도 인민은행이 추가 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은 "중국 경제가 현재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이 뚜렷한 상황이어서 적극적인 통화 확장 정책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며 "통화 완화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적극적인 화폐 정책을 쓰기에 적기"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추가 부양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전날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회견을 갖고 "우리는 지급준비율에 아직 여유가 있고 금리도 아직 제로(0)가 아니다"라며 "확실히 (추가 부양) 여지가 있지만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인민은행 홈페이지에 발표한 별도 성명에서도 "중국 경제 확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합리적인 수준으로 고용이 늘고 있다"며 "경제와 인플레이션 여건에 맞춰 통화정책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지속적으로 양적 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당시 인민은행은 대출 기준금리(1년 만기)를 0.4%p 인하해 연 5.6%로, 예금 기준금리는 0.25% 인하해 연 2.75%로 낮췄다. 또 올해 2월에는 당시 20%(대형 상업은행 기준)인 지준율을 0.5%p 인하했다. 당시 지준율 인하는 2012년 5월 이후 33개월만에 처음이었다.

인민은행은 이어 지난 3월1일부터는 1년 만기 대출 및 예금 기준금리를 또 다시 각각 0.25%p 인하했다. 이로써 대출 기준금리는 연 5.35%로, 예금 기준금리는 연 2.50%가 됐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의 이 같은 화폐 정책에 대해 "중국 경제성장률에 맞는 실질적인 금리 수준을 유지해 물가를 안정시키고 취업을 늘리는 등 경제 기초체력을 바꾸기 위한 조치"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 상황에 따라 올 상반기에 인민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낮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유럽이나 일본처럼 적극적인 양적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개월간 중국의 실질 경제활동은 더욱 둔화되고 있다"며 "내수 부진과 원자재 가격 급락 등을 고려할 중국의 통화완화 정책은 더 공격적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11월 이후 두 차례의 금리인하(대출 금리 0.65%p)와 지준율 인하(1.5%p)는 중국이 양적 완화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급준비율이란? 고객이 예금을 찾을 때를 대비해 은행이 예금총액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쌓아두도록 하는 제도다. 따라서 지준율을 인하하면 시중에 자금 유동성이 풍부해지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