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그리스 악재'에도 견조한 외국인

그리스 디폴트 우려로 인한 투심악화로 장 초반 2120선으로 밀렸던 코스피가 낙폭을 대부분 회복했다. 10거래일째 견조하게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의 영향이다. 전주말 깜짝카드로 나온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방안도 경기부양책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그리스발 악재를 일정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평가다.

20일 오전 11시17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0.15% 내린 2140.35를 기록하고 있다. 전주말 2143.50에 마감한 코스피는 이날 2126.55(-16.95p, -0.79%)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커졌다는 소식에 미국의 다우·S&P500·나스닥 등 3대지수는 물론 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가 동반급락한 영향이었다.


하지만 코스피는 시간이 갈수록 낙폭을 줄였고 오전 10시30분경에는 2142.43(-1.07p, -0.05%) 수준까지 올랐다. 그리스발 충격을 대부분 만회했다고 평가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지난 2월 하순 이후 견조하게 유입된 외국인 유동성이 방향을 틀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잦아들고 있다. 현재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674억원을 순매수, 10거래일 연속 매수우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57억원, 556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 중에서도 투신(-597억원)이 주로 매물을 내놓고 있다. 개인·기관은 코스피가 마디지수로 여겨져 왔던 2000, 2050, 2100선을 차례로 돌파할 때에도 연일 차익실현성 매물을 쏟아낸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우선 당장은 그리스발 악재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24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가 72억유로의 추가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그리스는 다음달 IMF(국제통화기금) 차관과 부채상환 어려움 등으로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있었다"며 "하지만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그리스 드라크마 통화의 평가절하 폭이 50% 안팎으로 예상되고 탈퇴 첫 해에만 40~50%에 이르는 물가상승률이 전망된다"며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더라도 그 영향은 초기에만 나타나고 그 영향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도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탈퇴) 현실화에도 유럽경제에 대한 타격이 크지 않다는 점, 그리스가 오히려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의 상대성과가 2008년 수준에서 이제 개선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최근 달러 약세 심리 지속이 신흥국들의 통화 강세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외국인 수급 개선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문제가 코스피로의 외국인 유동성 유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과거와 달리 코스피를 매수하는 외국인 중에 유럽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 중국발 유동성 확대가 일정부분 유럽쪽 충격을 상쇄할 것이라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된다.

노종원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2011~2012년 그리스사태 당시에는 유럽계 자금이 이탈하면서 외국인 수급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올해 연초 이후 대규모로 유입된 외국인 순매수는 미국, 스위스, 일본계 자금이 주도하고 있고 유럽계 자금의 비중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 "그리스 문제가 악화되더라도 중국 지준율 인하 등 유동성 확장정책이 지속되는 환경은 결국 위험자산에 유리할 것"이라며 "한국·중국에 유입되는 자금의 동조화 강도로 판단할 때 당분한 한국·중국은 글로벌 증시에서 선호도가 높은 국가로 남아 있을 것이기에 그리스 잡음을 기회요인으로 삼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