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거듭된 의혹 제기에 '난감'…당국도 로비설에 "황당"

정치권을 강타한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로비 의혹 불똥이 금융권으로 옮겨붙을까.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성 전 회장이 2013년 경남기업 3차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전후해 금융당국과 금융권 전반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벌인 의혹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기업 채권단 은행들은 연일 터져나오는 '성완종 리스트' 관련 의혹의 불똥이 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수사 결과 경남기업 자금 지원 과정에 모종의 압력이나 로비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은행들도 '배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금융당국이나 정치권 압력과 로비에 의해 자금을 지원했다는 관련 의혹 자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후폭풍에 고심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경남기업 채권단에는 수출입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이 포함돼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부실화되면 여신위원회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당국의 압력만으로 지원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이날 새롭게 등장한 성 전 회장 금품로비설에 대해 '황당하다'고 반응했다. 경남기업 워크아웃 당시 성 회장과 만났던 것은 사실이지만 '밥값까지 우리가 낼 정도였는데 금품을 수수했다는 얘기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것. 특히 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몰라서 나오는 '설'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은 누구로부터 돈을 받아서 죽을 기업을 살리고 살릴 기업을 죽일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며 "(금융당국이) 채권단 내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지만 채권단이 절대 안된다는 것을 하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성 전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으로 재직한 지난 2012년 5월부터 의원직을 상실한 2014년 6월까지 금융당국을 포함한 금융권 인사들을 광범위하게 접촉하며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성완종 비망록'에는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 3차 워크아웃을 앞두고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최수현 전 금감원장, 김진수 전 금감원 부원장, 임종룡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금융위원장),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등 금융당국과 은행 고위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난 기록이 나온다.



마침 이 무렵 경남기업은 워크아웃을 개시했고, 채권단으로부터 6300억원을 지원 받아 의혹이 커졌다. 여기에다 경남기업의 워크아웃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이 성 전 회장의 지분을 감자하지 않은 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압력과 로비 존재 가능성을 제기한다. 더욱이 채권단은 보통 출자전환에 나설 때 주식을 할인 발행하지만, 경남기업의 경우엔 액면가(5000원)로 제3자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이와 관련해서도 경남기업이 3차 워크아웃 당시 완전 자본잠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감자는 필요하지 않았다고 적극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