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C·SK 전격합병… 옥상옥 지배구조 풀었다(종합)

최태원 SK회장/사진=머니투데이DB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C&C (162,000원 ▲1,300 +0.81%)와 SK (207,000원 ▼12,000 -5.5%) 합병으로 '옥상옥' 지배구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20일 SKC&C와 SK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 양사 합병 배경으로 SK그룹은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 및 지배구조 혁신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 일가 지주회사 30.9% 확보
합병비율은 SKC&C와 (주)SK가 각각 1대 0.7367839 비율로 결정됐다. SKC&C가 신주를 발행해 SK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합병 방식이다. 그러나 지주회사로서 SK 브랜드 상징성을 이어가기 위해 사명은 (주)SK로 결정됐다. 오는 6월26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8월1일 합병을 마무리 한다.

이번 합병의 가장 큰 효과는 최태원 회장이 SKC&C를 그룹 지배의 도구로 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과 함께 SKC&C 지분 32.9%, 10.5% 등 43.4%를 보유 중이다. SKC&C는 SK 지분 31.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지배구조 덕에 최 회장은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 함께 (주)SK 지분 0.04%밖에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SK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다. '옥상옥'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이유다.


양사간 합병으로 최태원 회장은 최기원 이사장과 함께 지주회사를 직접 거느릴 수 있게 됐다. SKC&C는 한 발 더 나아가 시가 6360억원에 해당하는 자사주 600만주(12%)를 소각하기로 했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그 결과 최 회장과 최 이사장은 각각 지주회사 지분 23.4%, 7.5%를 확보, 전체 30.9%를 받게 됐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사업·순수지주 각자 대표 체제로

합병회사는 SKC&C의 기존 사업을 승계한 사업지주와 SK의 순수지주가 혼재된 형태로 운영된다. 대표이사도 박정호 SKC&C 사장과 조대식 SK 사장이 각자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각각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조치다.

박 사장은 사업형 지주회사 성격의 SKC&C에서 사업부문을 맡아 SK엔카 및 해외사업 확대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는 역할을 진두지휘한다. 조대식 사장은 재무전문성 및 풍부한 사업관리 경험을 살려 지주부문을 담당할 예정이다.

박정호 사장은 1989년 그룹의 모태인 (주)선경에 입사한 이후 SK텔레콤 해외사업팀, 사업개발실장, 사업개발 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1990년대 한국이동통신 인수를 비롯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등에도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등 그룹 내 크고 작은 M&A(인수합병)를 성사시켰다.

조대식 사장은 재무와 사업을 두루 거친 현장형 CEO(최고경영자)로 통한다. 최태원 회장이 자리를 비운 2013년부터 SK 사장으로 선임됐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그대로
옥상옥 지배구조는 해소할 수 있지만 일감 몰아주기를 억제하는 공정거래법 규제 이슈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SK에 따르면 합병회사의 매출(이하 개별기준) 2조9661억원(SKC&C 1조9741억원, SK(주) 9920억원)으로 추산된다. 일감 몰아주기의 진원지인 SKC&C는 지난해 계열사들로부터 807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40.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합병회사로 분모를 키워도 내부매출 비중은 27.2%에 이른다.

이는 공정거래법이 일감 몰아주기로 규정한 자산 5조원 이상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 내 총수와 친족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매출이 12% 이상이거나 200억원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요건을 해소하지 못하면 3년 평균 매출액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시장에선 SKC&C가 자사주를 소각하면서까지 최 회장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만든 것으로 미뤄 공정거래법 규제를 크게 의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보다는 오너 일가의 안정적인 지배력 확보를 우선고려 했다는 의견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감 몰아주기가 성립되려면 총수를 지원하기 위한 고의성 여부가 규명돼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규제피해를 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