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부재중…SK C&C-SK 왜 지금 합병했나?

SK그룹이 SKC&C와 SK(주)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한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SK에 따르면 SKC&C (155,700원 ▼1,100 -0.70%)와 SK (207,000원 ▼12,000 -5.5%)는 20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비율은 SKC&C와 SK가 각각 1대 0.7367839.

시장의 관심은 '왜 이 시점에 합병을 결정했느냐'다. 대기업 지배구조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지금을 합병 적기라고 판단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최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시기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얘기는 합병비율과 관련이 있다. 이는 기업 지배를 위한 지분율과 직결되는 문제다. 합병시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 축소가 적으려면 최 회장이 최대주주인 SKC&C 주가가 고점이고 SK 주가가 저점일 때 합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분석이다.

SKC&C와 SK의 주당 합병가액은 각각 23만5073원, 17만3198원으로 결정됐다. 1년 전 이맘 때 14만원대 중반이었던 SKC&C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지난해 10월에는 26만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SKC&C 주가가 치솟은 이유는 최근 3년간 신사업 확대를 통한 기업가치 개선작업을 벌여온 때문이다. 2012~2013년 엔카네트웍스 지분인수와 흡수합병을 통해 중고차 유통에 진출하고 ISDT를 인수해서는 반도체모듈사업에 뛰어들었다. 실적도 개선됐다. 지난해 2조4260억원 매출을 기록, 1년 전보다 5.4% 늘고 영업이익은 2715억원으로 20% 이상 증가했다.

반면 SK 주가는 1년 전 19만원대에서 오히려 낮아졌다. 유가 급락에 SK이노베이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SK텔레콤은 이동통신 가입자 시장이 포화되면서 성장판이 닫혔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주주가 '이 정도 지분이면 지배력에 문제가 없겠다'고 판단하고 생각했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겠다 싶은 시점이 바로 합병 결정 시점"이라며 "적절한 지분과 시점은 대주주의 주관적 판단이기 때문에 완벽한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합병을 단행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번 합병 후에도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30%를 넘어선 데다 내부 매출도 전체 매출의 12%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 여전히 규제의 범위에 있어 합병의 이유로는 부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SKC&C는 ICT(정보통신기술) 등 사업역량이 풍부하지만 재무적 자원이 부족했고 SK는 자회사들의 실적에 재무 안전성이 결정되는 한계가 있었다"며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안정적 성장기반을 다지기 위해 합병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