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에 '보험사고 관리' 추가..5년전 논란 재현?

금융위원회가 3년 전 폐기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다시 꺼내 들었다. 예금보험공사의 업무에 '보험사고 위험 관리'를 추가하고 변액보험의 최저보장보험금 등을 예금보험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이다. 하지만 5년 전 금융권의 반발을 불렀던 법안이라 또다시 논란이 될 전망이다.


20일 국회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지난 2012년 10월 국회에 제출한 이후 잠자고 있던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안'이 최근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2010년에도 국회에 같은 법을 제출했다 업계 반발 등으로 인해 통과되지 못하고 18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법안 제출 2년 반 만에 '예보법 개정안'이 깨어난 것은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2013년 11월 제출한 법안과 최근 병합심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출한 예보법 개정안은 △예금보험 대상 금융상품 범위 확대, △예금보험공사 업무에 '보험사고 위험의 관리' 추가, △예보의 자료제출 요구 기관 및 정보 명확화, △예금보험관계 설명 의무화, △예보의 부실책임조사 불응 시 처벌 강화 등을 담고 있다.

논란은 '예보의 업무 추가'와 '예금보험 대상 확대'와 다.


예보의 업무에 '보험사고 위험 관리' 추가에 대해 금융당국은 '실질적으로 변하는게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단순히 '예보가 수행하고 있는 자료제출 요구권, 단독조사권, 공동조사권 등 예금보험 사고 위험관리와 관련된 업무와 관련해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금융업계는 검사 부담이 늘어나는 게 아니냐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도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금감원은 "예보의 자료제출 요구권, 검사권 등은 예보의 설치 목적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며 '보험사고 위험관리업무'를 예보의 업무에 포함시키면 금감원의 업무와 중복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업계도 같은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A금융협회 관계자는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주 목적이고 예보는 금융회사가 부실화됐을 때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험금 지급 등 사후처리가 목적인 기관"이라며 "보험사고 위험관리를 포함시키면 예보의 기능을 '사전적 대응'으로 확장시켜 향후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예보는 금융회사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금융회사에 대해 공동검사권, 부실징후 저축은행에 대한 단독조사권을 갖고 있다. '예금보험사고'의 가능성은 모든 금융회사에 있는 만큼 '보험사고 위험 관리'를 예보의 업무에 포함시킬 경우 모든 금융회사로의 검사권 확대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부담을 줄이기로 하는 등 검사제도를 혁신하고 있는 상황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금융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업계의 우려는 충분히 알고 있지만 이미 예보에게 부여된 자료제출요구권, 검사권을 포괄할 수 있는 업무조항이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법적근거를 명확히 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업무가 추가된다고 해서 예보의 업무절차나 권한에 직접적인 변화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예금보험 대상 확대'도 논란이다. 정부는 예금보험 대상에 변액보험의 최저보장보험금, 증권금융 예수금, 장내파생상품거래 예수금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변액보험의 최저보장보험금, 증권금융예수금을 예금보험 대상에 포함하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장내파생상품거래 예수금은 금융투자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투업계는 "장내파생상품거래 예수금은 별도예치제도에 의해 이미 투자자 보호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예금보험 가입은 불필요한 중복규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민병두 의원안은 같은 논리로 증권투자자예탁금을 예금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별도예치제도만으로는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중 안전장치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금융투자회사가 횡령, 유용 등 불법행위로 투자자예탁금이 별도 예치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예보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증권투자자예탁금을 제외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