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안되면 다른 데서도 안됩니다"

1999년7월27일 스타벅스코리아가 한국 첫 매장인 이대점 개점식에서 관계자들이 테이프커팅 행사를 하고 있다./사진=스타벅스코리아제공

서울 이화여대 앞이 '프랜차이즈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실패와 성공이 종이 한 장 차이인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이화여대 앞에서 1호점을 낸 이후 성공신화를 써 내려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홍대앞과 강남권 등에 '1호점'을 세우는 프랜차이즈가 늘어나기는 하지만 '이대1호'에 대한 갈망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정우현 MPK그룹 회장은 1990년 이화여대 앞에서 '미스터피자'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25년이 흐른 현재 미스터피자는 430개 넘는 국내 매장과 중국·베트남 등에서 70개 매장을 운영하는 피자그룹으로 성장했다.

스타벅스가 한국에 첫 매장을 연 장소도 이화여대 앞이다. 1999년 이화여대 앞에서 테이프커팅식을 가진 스타벅스는 15년 만에 전국 720개 매장을 거느린 '커피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랜드 그룹은 1980년 자본금 500만원으로 이화여대 앞에 세운 6.6㎡ 넓이의 작은 보세 옷 가게 '잉글랜드'로 시작했다. 35년 만에 이랜드는 패션과 외식, 리조트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자산 7조7000억원, 매출 10조원의 재계순위 49위 그룹으로 급성장했다.


국내 화장품시장에 '브랜드숍'(한 브랜드 화장품만 파는 매장) 돌풍을 몰고온 '미샤'도 2002년 이대앞 1호점을 발판으로 덩치를 키웠다. 미샤는 가격 거품을 뺀 저가 화장품으로 업계 판도를 뒤흔들었다.

업체들이 이화여대 앞으로 앞다퉈 진출한 이유는 성공을 판가름하는 '안테나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소비에 민감한 젊은 여성을 비롯한 유동인구가 하루 평균 10만 명이 모여들고, 인근 신촌 상권까지 아우르는 젊은 층의 트렌드 변화를 잘 살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1호점 오픈 장소를 놓고 미국 본사와 고민을 거듭했다"며 "이대 앞은 현재도 그렇지만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좌우하는 공간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맛과 유행에 민감한 계층이 모여드는 곳이 이화여대 앞"이라며 "이 곳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면 다른 곳에 가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