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조현아 2심도 징역 3년 구형…5월22일 선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사진=홍봉진 기자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1·여)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0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 심리로 열린 항공보안법상 항로변경 등 혐의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이)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회사 오너의 장녀이자 부사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귀책사유가 없는 승무원과 사무장을 폭행했다"며 "사건 발생 책임이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한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있고 자신은 정당한 업무 지시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강요와 증거인멸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여모 객실담당 상무(58)와 공무상기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김모 국토부 조사관(55)에게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과 조 전 부사장 측은 각자 준비한 PPT(프리젠테이션)을 통해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항로변경 혐의에 대해 각자 주장을 폈다.


검찰은 "항로보안법상 항로를 '항공로'로 축소해 해석하면 운항 과정에서 승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 목적·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며 "항로란 항공기가 운항을 시작해 종료할 때까지 예정된 경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어떤 규정을 살펴봐도 지상을 이동하는 상태를 항로 개념에 포함시킨 근거가 없다"고 맞섰다. 이어 "형사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이 금지되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비춰 항공보안법상 항로를 다양한 개념들 중 가장 좁은 의미를 추출해 법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최후진술에서 눈물을 흘리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두고 온 아이들을 생각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날도 많았고, 낯선 환경에 눈물도 많이 흘렸다"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속 기간이) 저에게는 힘든 시간이었지만 인생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기도 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인생을 돌아보고 제가 하는 일이 어떤 책임과 무게를 가지는지 느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승무원과 승객들, 대한항공 임직원들과 저로 인해 분노하고 마음 상한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는 말로 선처를 호소했다.

녹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선 조 전 부사장은 고개를 조금 숙인 채 다소 지친 표정으로 재판에 임했다. 항소심 첫 재판과 마찬가지로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짧은 머리를 뒤로 묶고 있었다.

검찰 측이 주요 혐의에 대한 PPT(프리젠테이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건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자 조 전 부사장은 잠시 눈물을 보였다. 이후 변호인 측 PPT가 시작되자 설명 자료를 넘겨보거나 고개를 돌려 화면을 응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가는 KE086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하던 중 기내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며 박창진 사무장 등을 폭행하고 하기시켜 결과적으로 항공기를 회항하게 만든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륙 전 지상까지 항공보안법상 항로로 봐야 한다"고 판단, 항로변경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여 상무에게는 징역 8월, 김 조사관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달 22일 오전 10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