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치]공기업 지원자들이여 자소서에 '이것'만 써라?

채용시즌을 맞아 많은 공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이구동성 하는 얘기가 있다. 공기업이 찾는 인재상에 대해 많은 구직자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기업은 사기업과 다르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사기업과 공기업은 기업 설립부터 운영방식, 목적까지 서로 다른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공기업의 채용 프로세스는 사기업과 다른 경우가 많으며, 다른 취지와 목적 아래 직원을 채용하기도 한다. 공기업은 그 어느 사기업보다도 높은 사회적 책임을 실현해야 하며 고용창출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고용시장이 급격히 경직됐던 2000년대 후반, 국가에서는 한시적으로 청년실업해소특별법을 제정해 공기업 채용을 통한 다양한 구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때 많은 공기업들이 해마다 정원의 3% 이상 청년 미취업자를 채용한 바 있다.


경기가 어려우면 비용 절감을 통해 회사의 안전성을 높이고자 고용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일반적인 기업의 행태지만, 이처럼 공기업은 경기가 어려울 때 오히려 채용 규모를 늘리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은 공기업과 사기업의 채용 기준과 방식이 상이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공기업이 찾는 인재상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사기업의 인재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요 대기업 사이트상에 표기되어 있는 인재상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삼성그룹의 ‘창조’, SK그룹의 ‘혁신’, ‘도전’, 현대자동차그룹의 ‘창의’, ‘도전’, CJ그룹의 ‘창의’ 등 저마다 기업들의 표현하는 방식 내지 단어는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지향점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기업이 추구하는 인재상은 다름 아닌 ‘변화 지향적인 인재’이다. 기업 경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정답이 될 수 없는 상황을 떠올려 본다면, 많은 사기업들이 도전, 혁신, 창조 역량을 내포하고 있는 변화 지향적인 인재를 선호하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기업의 인재상은 어떨까? 먼저 공기업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공기업이란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가 사회 공공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하여 경영하는 기업’을 지칭한다. 공기업의 주된 설립 및 운영 목적은 공익에 부합하고자 하는 데 있다.


실제로 많은 구직자들이 공기업 지원시 자기소개서를 쓸 때 국가 내지 지자체 차원의 공익 실현에 부합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내용을 크게 어필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접근법이 틀렸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100점짜리 자기소개서라고도 말하기도 어렵다. 그 이유는 우리가 공기업이라 통칭하는 기업들도 세부적으로는 전혀 다른 설립 근거와 목적 아래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을 구분하는 다양한 기준으로 시장형 공기업, 준시장형 공기업, 기금관리형 공기업,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등의 분류 체계가 있다. 이 중 시장형 공기업 내지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은 여타 사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거나, 사기업처럼 자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공기업의 경우 지원자의 자기소개서에서 찾고자 하는 내용들은 단순히 공익에 부합하고자 하는 노력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국내외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인지 여부일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사기업보다 이들 시장형 공기업들이 더욱 절실히 시장 적응력이 높은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에는 기금관리형 공기업 내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에서도 기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자 하는 시도가 더욱 느는 추세다. 정부 재정운영의 건전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많은 구직자들의 자기소개서가 끝까지 읽혀지지도 않고 묻혀버리는 경우도 적지않을 것이다. 자신의 자기소개서를 돋보이게 만드는 방법은 당연히 해당 기업이 절실히 찾고 있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자기소개서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공기업에 지원하는 구직자들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내용은 해당 공기업이 어떤 법률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어떤 형태의 공기업으로 분류되는지 등이 아닌가 싶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은… 연세대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제학 석사, KAIST 경영학 석사,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을 수학했다. “배워서 남 주자!”라는 신조에 따라 EBS, KBS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일반인들을 위한 교양 경제 강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현대, SK, 롯데 등 주요 기업들에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