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연금저축 대이동하나…27일부터 계좌이체 간소화(종합)

오는 27일부터 연금저축 가입자는 신규로 개설하는 금융회사 한 곳만 방문해도 계약이전(계좌이체)이 가능하다. 이에따라 적립금 100조원이 넘는 연금저축 가입자들의 사업자 갈아타기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7일부터 연금저축 계좌이체 간소화 방안을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앞으로 연금저축 고객은 계좌를 옮길 금융사를 방문해 새 연금저축 계좌를 개설하고 기존 계좌정보(금융회사명, 계좌번호 등)를 전달하면 계좌이체를 신청할 수 있다.


나머지 관련 업무는 금융기관끼리 처리하게 된다. 기존 금융회사는 신규가입 금융회사로부터 고객의 계좌이체 신청서를 넘겨받고 가입자와 전화통화해 계좌이체 의사를 확인(녹취)한다.

연금저축은 연말정산시 400만원까지 세액공제(13.2%, 연봉 5500만원 이하는 16.5%)를 받을 수있는 상품이다. 같은 연금저축이라도 은행(연금저축신탁), 보험(연금저축보험), 증권(연금저축펀드)으로 나뉘며 운용방식과 수수료, 수익률이 다르다.

연금저축 계좌이체 간소화는 우여곡절 끝에 시행되는 것이다. 연금저축 계좌이체 제도는 애초 2001년부터 허용됐다. 기존 연금저축 상품의 수익률이 낮거나 수수료에 불만이있는 가입자를 보다 조건이 좋은 다른 금융사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계좌이체시 신규 금융사와 기존 금융사를 모두 방문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에 당국은 지난해부터 계좌이체 간소화를 준비, 올초 시행하려했으나 시장의 80%를 장악한 보험업권의 반발로 시행이 넉달가량 지연됐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가입자가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로 판단할 수 있도록 금융사 설명을 강화했다"면서 "가입자가 기존 가입 금융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최종 이체의사를 확정하기전에는 계좌이체를 취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금계좌 이체에 앞서 반드시 유념해야할 사항이 있다.

먼저 기존 가입 상품의 수익률과 수수료 수준을 신규 가입상품과 비교해 어느 상품이 본인에게 유리한지 판단해야 한다. 가령 2000년대 초반까지 가입한 확정이자율 상품은 대부분 현재 연금저축 상품보다 고금리여서 이체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 금리연동형 상품이라도 최저보증이율을 참고해 판단해야한다.

수익률의 경우 상품구조가 달라 명확한 비교가 어렵지만 연금펀드가 다소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 6월 기준 '연금저축 10년 누적 수익률'은 증권사 연금저축펀드(42.55%), 은행 연금저축신탁(41.54%), 연금저축보험(생보사 39.79%, 손보사 32.08%) 순이다. 연금저축 펀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펀드에따라 손실가능성도 유념해야한다.

납입방식의 경우 연금저축보험은 정기납인 반면, 연금저축신탁과 펀드는 액수와 시기 모두 자유납이다. 아울러 연금저축 보험은 가입뒤 7년이내 이체시 해지공제액이 발생해 이체금액이 적립원금보다 적을 수 있다. 사업비(설계사 수당)을 가입초기에 떼기 때문이다. 연금저축상품의 과거 수익률이나 수수료 등은 주요포털에서 '연금저축통합공시'를 치면 확인할 수 있다. 2000년 12월까지 판매된 (구)개인연금저축을 계좌이체하려면 신규 가입사의 (구)개인연금저축으로만 해야 세제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

연금저축 계좌이체 간소화 시행으로 연금저축 가입자 쟁탈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연금저축 적립액은 생명보험 53조원, 손해보험 23조원, 은행14조원, 자산운용(펀드) 6조원 규모로 모두 100조원이 넘는다. 80%가량이 보험계인데 은행과 증권(자산운용사)업계는 보험권 가입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이다. 가입자들도 최근 초저금리시대로 수익률과 수수료에 민감해 갈아타기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2013년 상반기 4869건이던 이체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8650건으로 77.7%나 늘었다. 계좌이체 간소화가 시행되면 갈아타기가 급증할 전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업권의 수혜여부를 떠나 고객의 연금상품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취지인 만큼 환영한다"면서 "최근 증시호황기를 맞아 금융투자상품에 장기투자시 기존 원리금 보장상품보다 수익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원리금 보장이 되는 반면 펀드는 기대 수익률이 높다"고 "수수료 구조도 상품마다 다른 만큼 본인의 투자 성향이나 상품구조를 보고 금융사를 선택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계좌이체 간소화 시행뒤 가입자 불만사항을 신속히 파악하고 미흡한 금융회사를 지도하는 등 새 제도가 안착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